[헤럴드경제(전남 영암)=원승일 기자]귀 기울여도 망치질, 땜질 소리를 좀 체 들을 수 없었다. 적막해 삭막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선박 블록들이 듬성듬성 놓여 있었지만 작업하는 이들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았다. “수주 물량이 급격하게 줄다보니 인력도 많이 줄었어요. 일감이 어느정도 받쳐줘야 계속 일할 수 있는데 요즘은 물량 확보를 장담할 수 없어 하루 하루가 불안합니다.” 공단 중심권에 들어서서야 만난 한 근로자가 한숨을 쉬며 내놓은 말이다.
전라남도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대불산단)의 근로자들 표정은 이처럼 하나같이 어두웠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과 함께 인력 감축이 진행 중인데다 남아 있는 근로자들도 언제 실업자 신세가 될지 몰라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 기자재 전문업체 대아산업을 찾아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니 몇몇 직원들이 불꽃을 튀기며 용접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옆에서 선박 프로펠러 도장작업을 하는 근로자도 여럿 보였다. 잠시 작업을 중단한 한 직원이 “2~3명씩 조를 이뤄서 하는데 현장에서 작업하는 직원들 수도 이제 몇 남지 않았다. 이전에는 2ㆍ3교대할 정도로 직원이 많았는데 일감이 계속 줄다보니 요즘은 오후 되면 다 퇴근한다”고 말했다.
조선산업 활성화로 조선업종 특화 지역으로 지정된 대불산단의 명성은 말 그대로 옛말이 돼 버렸다. 이 곳은 조선 운송장비, 기계 관련 기자재 업체 등 조선업 관련 업종이 약 80%를 차지해 업체 수 기준으로 국내 최대의 조선산업 집적지다. 현재 335개 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지난해부터 수주 급감으로 대불산단의 생산, 고용은 급감하고 있다.
전남도청에 따르면 최근 조선업계 불황으로 지난 4월 대불산단의 고용은 전년대비 19.8%, 수출은 9.1% 각각 감소했다. 특히 최근 3년간 대불산단 인근 조선소는 총 164척의 선박을 수주했지만 올해는 단 2척에 그쳤다. 때문에 올해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내년 대불산단 협력업체들의 생산물량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대아산업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생산이 줄다보니 매출도 올해 30억 가까이 떨어졌다. 2014년 250명이었던 직원 수도 현재 120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고, 올 연말에는 60명까지 감축해야 할 판이다.
고창회 대아산업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모 회사인데 본청 수주가 줄다보니 우리 하청업체 일감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받은 수주가 있고 물량도 남아 있어 이래저래 버티겠는데 문제는 내년부터 일감 자체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아산업 공장가동률 전망치 표에는 올해까지 수치가 표기돼 있었지만 내년에는 공란으로 돼 있었다.
“500t짜리 대형 크레인이 두 개가 있는데 작업이 중단되면 그냥 놀릴 수밖에 없다”며 “하나당 가격이 45억원이나 하는 것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차마 끝말을 잇지 못하는 고 대표의 표정에서 순간 ‘눈물의 도시’ 스웨덴 말뫼가 떠올랐다. 세계적인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넘겨야 했던 말뫼 지역민들의 심정이 지금 고 대표와 다를게 있을까.
전남 영암 지역도 울산, 거제 등과 함께 지난 6월 30일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지난 15일 대불산단을 방문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중 실질적 지원은 전남 영암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 밀집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대불산단 입주업체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실업 대책 보다도 정부 차원의 선박 수주 확대 등 고용 유지에 지원을 집중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깊이 헤아려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