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당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최소 100일 동안은 김정은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놔 주목된다. 하지만 김정은의 취약한 정치기반을 고려할 때 100일 이후 김정은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어떤 돌발행동을 보일 지에 대해선 전혀 예상하기 어려워 내년 총선을 앞둔 국내에 엄청난 불안감을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은 최소 100일 간은 무력도발 등 경거망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당시에도 김정일이 거의 100일 간 어떤 행보도 보이지 않고 은둔해 아들 김정은도 이를 따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보당국이 이같은 판단을 한 데는 북한 사회가 남한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점 때문. 장례 등 전통 의식을 치르는 상황에서는 어떤 불손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게 북한 주민들의 공통된 정서여서, 강한 대중적 카리스마를 지닌 김 위원장의 상중(喪中)에 아들이 ‘튀는’ 행동을 하는 게 정치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100일 상중’에 무력도발과 같은 돌발행동을 감행할 경우 이는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서도 비난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도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 7월 9일 이후 외부에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실질적인 권력승계를 마친 상황에서도 그는 거의 100일 가까이 은둔생활을 거친 후 그해 10월 외교활동을 재개했다. 김 위원장은 그달 21일에 당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과 북한 핵동결과 대북지원을 골자로하는 북미 제네바 합의에 서명했다.

김정은 역시 아버지의 행보를 답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100일 이후에 상황에 대해선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현재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당과 군부의 권력장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이 탈상 이후 어떤 행보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 사후 100일 시점이 내년 3월로, 국내 총선 정국과 맞물리게 돼 있다. 김정은이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국내 선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가져올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지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일성과 김정일은 권력을 20년 넘게 공유했었기에 김정일 초기 체제 하에서 북한이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며 “그러나 김정일과 김정은은 권력을 공유한 기간이 거의 짧거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김정은 체제 하에서의 북한이 전향적인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김정일 체제 초기 때보다는 훨씬 높다”고 전망했다.

<박정민ㆍ홍석희 기자@wbohe> boh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