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반년만에 실패…엔화 초강세 1달러=1유로 ‘패리티론’도 수면 아래로 투자자들 14일 BOE회의 금리인하 여부 촉각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와 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전 세계 외환시장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 엔화는 4년 동안 공들인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가 반년 만에 수포로 돌아갔고,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사채까지 매입하며 강력한 통화 완화정책을 벌이고 있지만 강세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파운드화는 브렉시트로 20% 가까이 약세를 보이며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원화는 주요 수출품에서 경합하는 엔화가 크게 강세를 보인데다, 달러대비 약세를 유지하며 수출업종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브렉시트를 틈타 슬금슬금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며 의도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엔ㆍ유로 통화정책 물거품…‘유로-달러’패리티는=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해 7월 10일 122.78엔에서 지난 8일 100.54엔으로 무려 18.11%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초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2012년 70엔대에서 가파르게 상승, 지난해 120엔대로 정점을 찍으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됐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며 ‘공든 탑’이 무너졌다.

‘아베노믹스의 실패’ 논란도 불거졌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선임 아시아 증시담당 전략가는 CNBC방송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불러왔고, 상대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의 강세를 부추겼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연초이후 달러대비 엔화는 16.37%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화는 한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와 ECB의 양적완화를 의미하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로 일부 전문가들은 유로-달러 패리티(1달러=1유로)까지 예상했다. 하지만 여러 대외변수로 하반기들어 ‘패리티론’은 쑥 들어갔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해 1.1162달러에서 8일 1.1051달러로 0.99% 하락하며 유로화 약세를 보였으나, 연초 이후 1.74%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다.

▶파운드의 눈물…‘파운드-달러’ 패리티로= 파운드-달러 환율은 1.5517달러에서 1.2954달러로 16.52% 내렸다. 지난 5일 1.3달러대가 무너지며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파운드-달러 환율은 7일까지 1.2908달러로 바닥을 찍고, 8일 다시 반등했다. 일각에서는 유로화 대신 파운드와 달러가 1:1이 되는 ‘파운드-달러 패리티’를 예상하기도 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CNBC에 “정치인들이 영국과 유럽연합 나머지 회원국 사이의 충분한 자유무역을 유지하는 포괄적인 ‘플랜 B’를 내놓지 못하면 파운드화는 패리티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지 매그너스 전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정치인들이 영국과 유럽연합 나머지 회원국 사이의 충분한 자유무역을 유지하는 포괄적인 ‘플랜 B’를 내놓지 못하면 파운드화는 패리티로 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파운드화 약세는 영국 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실과 이에 따른 자금 회수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영국 금융사들의 부동산펀드 환매 중단 조치도 이같은 영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일각에서는 부동산펀드 환매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비슷하다며 금융위기의 전조로 해석하기도 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파운드화 가치의 폭락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영국 자산 보유 비중을 낮추는 요인”이라며“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자산의 내재가치 하락 우려와 맞물리면서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부동산 펀드 환매 확대 과정에서 은행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은 오는 14일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회의로 향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도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단행할지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있기 때문이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든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인 폴리 라보 방크 선임 외환 전략가는 “금리인하는 파운드 하방압력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BOE가 회의를 통해 이런 방향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의 전문가풀 53명 가운데 29명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현 0.5%)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中 슬금슬금 위안화 절상, 원화 약세 수혜 기대해볼까=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브렉시트를 틈타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대유럽 수출 감소 우려를 위안화 약세로 돌파하겠다는 심산이다. 1년 전 6.2094위안이던 달러-위안 환율은 어느새 6.6908위안으로 7.75%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로 달러가 강세를 띠고 다른 통화 가치가 추락하는 사이, 중국 당국이 시장의 패닉이나 자본유출 걱정 없이 위안화 가치를 야금야금 절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된 지난해 8월과 올해 초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과는 달리 이번 평가절하에는 큰 흔들림이 없어, “브렉시트의 가장 큰 승자는 위안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환율이 7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브렉시트로 중국의 대 EU(유럽연합) 수출둔화를 우려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는 달러대비 환율이 소폭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은 1129.52원에서 1161.80원으로 2.86% 오른 가운데, 엔화가 크게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업종에 대한 수혜도 예상된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정미영ㆍ전승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등 비주력 품목의 수출 증가, 중소기업의 수출 증가라는 긍정적 모습도 찾아볼 수 있지만 브렉시트 가결에 따른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나타나면서 세계 교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고, 수출금액이 늘어나기보다는 기저효과에 기인한 부분도 있어 수출이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무역흑자는 상반기 455억달러(추정치)보다 늘어난 505억달러로 예상되고 있어 외화 공급 우위 구도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달러-원 예상 거래 범위는 1130~1240원, 엔-원은 1080~1200원, 유로-원은 1220~1350원으로 예상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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