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로 공멸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동맹의 와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부채위기와 신용등급 강등 사태로 자본부족에 시달리는 유로존 금융권에 대해 국가 구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위르겐 스타크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4명의 경제학자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는 “유로권 전반에 매우 심화되고 있는 재정 불균형과 역내국의 심각한 상황이 안정과 성장 및 고용에 대한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유로국이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제재받도록 돼있다”면서 “제재 이행의 강제성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정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EU 차원에서 구제하는 대신 경제 자주권을 포기하도록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EU는 유로존 금융권에 대해 국가 구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23일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행 ’2차 스트레스 테스트’에 간신히 통과한 16개 은행의 자본확충이 요구된다면서 가능하다면 자본시장에서 차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 중 일부가 정상적으로 차입하지 못할 경우 국가 지원에 기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고 FT는 전했다.

이같은 발언은 유로존 은행들이 줄줄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면서 제 2의 금융위기 우려가 증폭된 상황에서 나온 것. 특히 16개 은행의 즉각적인 자본 보강이 필요하다고 프랑스 고위 관리가 촉구한 것과 시기를 같이 한다.

지난 7월 실시된 유럽은행 2차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9개 은행이 탈락하고 16개 은행은 가까스로 합격했다. 당시 조사 대상 은행은 모두 91곳이었다.

FT는 이들 16개 은행에 7개 스페인 은행과 HSH 노르드방크를 포함한 2개 독일 은행, 그리고 그리스 및 포르투갈 은행 각각 2개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이탈리아의 방코 포폴레어를 비롯해 키프로스와 슬로베니아의 은행 각각 1곳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채를 대량보유해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프랑스 은행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EU 관계자들은 즉각적인 자본 보강이 필요한 은행 분류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보강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미국이 금융위기 때 자국 은행을 구제하는데 동원했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처럼 차입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수아 바로앵 프랑스 재무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장관 회동에 앞서 21일 기자들과 만나 ”유로권의 방화벽이 필요하다“면서 ”차입으로 EFSF를 보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FSF는 가동할 수 있는 자금이 4400억유로다. 이미 그리스, 포르투갈 및 아일랜드가 구제받은 상황에서 더 큰 역내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흔들리는 마당에 기금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