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높은 경고메시지 잇따라
유럽의 대표적인 기업인들이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고 강도 높은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각 정부의 재정위기 해결책도 지지부진해 관련 기업의 줄도산이 예고된다면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줄줄이 내놓았다.
7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 보쉬그룹의 프란츠 페렌바흐 회장은 “각 정부가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산업계에 불안심리가 확산돼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독일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쟁력이 향상했지만 최근 재정위기에 맞서 더 이상 방어하기 힘들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페렌바흐 회장은 최근 몇 주 동안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도 우려했다.
독일은 ‘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최근 독일(0.1%)과 프랑스(0%)의 성장률이 급락하는 바람에 유로존 2분기 성장률도 0.2%로 뚝 떨어졌다. 유로존 경기체감지수(ESI)도 6개월 연속 떨어져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페렌바흐 회장은 “올 1분기보다 2분기 상황이 더 안 좋다”면서 “현재 예약주문이 꽉 차 있지만, 이미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문량이 순식간에 급감했던 것을 경험한 바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지난 7월 공장 주문은 전월 대비 2.8% 감소했다. 독일 공장 주문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4개월 만에 처음. 글로벌 경기하강으로 인한 해외 수요감소가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월 독일 기업 신뢰지수도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저치로 급락했다. 이는 유럽 각국 정부가 재정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치 못하면서 기업인들의 시장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
페렌바흐 회장은 “재정위기 탈출 첫 단계는 유럽의 정치인들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각국 정부의 대처가 불충분한 가운데, 여전히 투기세력들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최고경영자(CEO)는 5일 시장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앞으로 몇 년간 유럽 은행들의 수익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취약한 유럽 은행들 여러 곳이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많은 유럽 은행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시장가치로 재평가할 경우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2위은행 코메르츠방크의 마르틴 블레싱 CEO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함께 내놓은 ‘유로존 경제통합위원회’ 안이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에는 관심을 모았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과 유로채권 발행은 불발에 그쳐 시장을 실망시켰다. 그는 유로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로존 회원국들의 세입과 예산을 총괄하는 ‘단일 재무장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