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Y(32)씨는 지난해 6월 주거래은행에서 엔화예금 계좌를 개설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엔화가치가 폭락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하지만 안전자산인 엔화가 언젠가는 다시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Y씨는 100엔당 890원대 수준에서 엔화예금에 가입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엔화가치가 폭등한 것. 발빠르게 엔화를 매도한 Y씨는 “처음 돈을 넣었을 때보다 27% 오른 환율을 적용받았다”며 만족해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초저금리 장기화로 1%라도 높은 수익을 찾기 위해 외화예금이나 선진국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채권 거래액은 374억830만달러로, 작년동기(261억2884만달러)보다 43.17% 급증했다. 이는 예탁결제원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최근 5년래 반기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중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와 브렉시트 등 글로벌 악재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독일 등 선진국 국채에 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연초부터 글로벌 악재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해외 주식투자는 전체적으로 감소한 반면, 해외 채권투자는 급증했다”며 “특히 독일 10년물 국채(분트) 금리가 연초 0.51%에서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면서 독일 국채에 베팅한 국내 투자자들도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외화예금은 중장기적인 환율의 등락 흐름을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다양한 종목에 대한 이해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주식이나 펀드에 비해 덜 복잡하고 쉽게 운용할 수 있다.

달러, 유로, 엔화 등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주요국 통화 위주로 매입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평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나 브렉시트 등 주요 국제 이벤트에 관심을 기울이면 연 5∼10% 정도의 중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런 이유에서 엔화예금이 큰 각광을 받았다. 지난해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25엔선이 뚫리며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을 정도로 ‘엔저’가 극심했기 때문. Y씨의 사례처럼 당시 엔화 투자 적기로 보고 엔화를 매입했다가 올해 엔화가치가 오르자 원화로 바꿔 환차익을 챙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외화예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634억엔이었던 엔화예금 잔액이 6월 말 578억엔으로 줄어들었다. IBK기업은행의 엔화예금에서는 6월 한 달 사이에만 1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최근에는 브렉시트 여파로 추락하고 있는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달러가 다시 큰 강세를 보일 것에 대비해 달러화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문영규ㆍ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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