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봄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현 대법관)은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하면서 수사 본류를 벗어난 일반적인 기업경영상 난맥상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검찰수사가 정치개혁, 기업경영의 투명화 등 사회전반의 변화를 몰고 오면서 ‘검찰 공화국’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중수부는 ‘차떼기’ ‘채권 북(book)’ 수법의 불법정치자금만 밝혀낸채 조용히 공화국의 주인자리를 국민에게 비워주고 내려왔던 것이다.

2003년 겨울 송광수 검찰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의 측근 비리를 사정없이 파헤쳐 진보세력에도 도덕성 문제가 작지 않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정부 송년회때 “너무 세게 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자 그는 “검찰은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송 총장은 법을 과도하게 적용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검사의 수사서류를 검토하면서 “자네 국회의원인가. 왜 법을 만드나”라고 핀잔을 주었고, 여름휴가때 오른손만 시커멓게 그을린 후배검사에게 “양손장갑을 끼지 그랬어”라면서 언제 어디서든 골프자제 등 공직자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충고했다.

옷로비 의혹사건 재수사가 한창이던 1999년 겨울 이종왕 대검 중수부 기획관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사건무마 부탁에 따라 미온적인 수사태도를 보이던 수뇌부에 반기를 들고 정든 검사복을 벗어던졌다. 그는 서울동부지청 평검사 시절 버려진 공장설비를 손수레에 싣고 고물상에 내다판 엿장수의 절도혐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자칫 선입견을 가질까봐 현장을 직접 방문해 엿장수의 행위가 고의가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1995년 겨울 김성호 대검 중수부 2과장은 자신이 개발한 계좌추적 기법을 활용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천억원을 낱낱이 밝혀냈다. 국정원장을 역임한 그는 기자에게 “요즘 검사들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생각이 많다”고 꼬집었다.

매우 드문일이지만, 대국민 친절도 만년 하위권인 검찰이 박수받던 때가 있었다. 송광수,김성호,안대희,이종왕은 검찰사에 남을 스타검사이다. 그들은 별건수사, ‘외풍’ 수사를 하지 않았다. 법 조문이 못다 채운 빈자리, 즉 검사 재량권의 영역에 도덕성과 양심, 국민에 대한 사랑을 채웠다.

검사가 정치적 중립성과 만인에게 공평한 기준을 기반으로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한다면,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이유가 없다. 기소독점이라는 막강한 칼과 재량권을 권력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정의의 칼이 아니라 일부 국민에게는 흉기로 쓰인 적도 있었다.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는 청사내 격문은 검찰이 주인되는 사회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무자비하고 때론 나사 빠진 공소장, 무죄 판결ㆍ영장 기각의 증가 추세, 스폰서-그랜저 검사 파동, 참고인ㆍ피의자에 대한 욕설과 협박, 검사장회의 돈봉투 파문 등의 난맥상은 검찰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결국 개혁의 칼을 맞게 된 원죄가 된 것이다.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6월 중수부 수사기능을 폐지하고, 불기소처분 사건을 시민이 재수사토록 하는 한편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보장하는 개혁입법을 마무리하면 검찰 권력은 바야흐로 분권화라는 ‘시대의 칼’을 맞게된다.

법안심사를 위해 남은 두달 검찰은 ‘검사스럽다’는 말이 이 시대 최악의 욕설이 아닌 최고의 찬사가 되도록 전면 개조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검찰권에 맥이 빠져 그 권력이 엉뚱한 곳에서 다시 창궐하고, 그 바람에 국민이 피해를 입지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사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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