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지난달 28일 이뤄지면서 그간 제기된 그림 로비를 통한 인사청탁 의혹과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의혹의 실체가 곧 드러날 전망이다. 한 전 청장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 여부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의혹도 있어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지난 대선 때부터 논란이 돼온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시 도곡동 땅 문제와 함께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져 이들 사이의 묘한 연결고리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교집합은 ‘도곡동 땅 주인이 누구냐’는 것.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두 사람의 동시 조사는 교집합으로 연결되는 순간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사가 될 수도 있다. 한 전 청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는 우선 민주당과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한 전 청장의 인사청탁 로비 의혹과 태광실업 세무조사 관련 직권남용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청장은 2007년 국세청 차장 시절 당시 전군표 전 청장에게 고 최욱경 화백이 그린 ‘학동마을’을 상납하며 “경쟁자를 밀어달라”고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전 청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돼 직무대행을 하다 청장직에 오른 뒤엔 현 정권 인사들에게 유임을 청탁하기 위해 골프 접대 등을 하고,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에겐 로비비용 3억원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듬해 8월엔 ‘박연차 게이트’를 촉발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본래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교차 조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직권남용에다 세무조사 내용을 이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해당 의혹 내용과 관련, 한 전 청장과 안 전 국장의 대질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 여부가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 전 국장은 “2007년 포스코건설 정기 세무조사 때 우연히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으로 기록된 전표를 발견했는데, 한 전 청장이 이를 은폐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에리카 김이 돌연 미국에서 자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도곡동 땅 의혹’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에리카 김은 투자자문사 BBK의 전 대표 김경준 씨가 옵셔널벤처스(BBK 전신)의 자금 319억원을 횡령한 것을 공모한 혐의와, BBK가 이 대통령의 소유인 것처럼 계약서를 꾸며 언론에 폭로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 BBK가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을 매각한 자금으로 세워졌다는 의혹에 대해서 검찰 수사와 특검에 의해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에리카 김에 대한 조사를 통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검찰이 이 같은 연결고리에 주목하고 대대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교집합의 키워드인 ‘도곡동 땅’이 부각될 경우 새로운 뇌관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의 본능상 벌여놓지는 않아도 진상규명은 막전막후에서 계속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백웅기 기자/ kgung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