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공수처에 상설특검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6시간 계엄 끝났지만 탄핵열차 일사천리

尹, “당 일임”→ “당당히 맞서겠다”

관저서 머물며 탄핵심판 준비할 듯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6시간만에 계엄은 종료됐지만, 곧장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

야당의 공세는 세졌고, 민심은 들끓었다. 계엄 해제 후 이어진 두 차례의 대국민담화도 탄핵열차를 멈추지 못했다.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24분 권한이 중지됐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261시간만의 일이다.

▶6시간만에 막내린 ‘계엄의 밤’ =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5분경 긴급 브리핑을 열고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참모들조차 사전에 알 수 없었던 초유의 발표였다.

윤 대통령은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도 했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곧바로 정치활동 금지 등 포고령을 발표했다.

여야 의원들은 곧장 국회로 집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 국회를 지켜달라”고 호소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0시 48분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했고, 재석 190명에 찬성 190명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추가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선포하며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계엄 해제안은 새벽 4시30분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7일 尹 침묵이 깨졌다…첫번째 탄핵소추안 부결= 계엄 후폭풍은 대통령실, 국회는 물론 대한민국 할퀴었다. 4일 오전 대통령실 실장·수석비서관 이상 고위급 참모들이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외교일정도 ‘올스톱’됐다. 야당은 곧장 윤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 전국에서는 2016년 이후 8년만에 윤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며 각종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통령실의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고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6일 한 대표 윤 대통령의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7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며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국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도 했다. ‘질서있는 퇴진’을 얘기한 여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담화를 계기삼아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을 결국 부결시켰다.

하지만 8일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공동 국정 운영방안’이 곧장 위헌 논란에 휩싸이고, 대통령실에서도 조기퇴진 의사가 없다는 기류가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은 권한 행사를 하면서 사실상의 ‘직무 복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친한-친윤의 갈등이 이어졌고 이 가운데 12일 윤 대통령의 입이 다시 열렸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 윤 대통령 담화 지켜보는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

▶尹, 탄핵안 가결 뒤 “포기 않겠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진사퇴를 거부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지난 7일 거취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것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했다.

계엄 정당성을 주장한 윤 대통령의 담화가 나온 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출당과 제명을 논의하기 위한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친한계와 친윤계가 충돌하면서 여권 분당의 불씨만 키웠다.

14일 오후 4시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재석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이제 고되지만 행복했고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그 여정을 잠시 멈추게 됐다”며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하다”는 우려도 전했다.

이날 오후 7시 24분,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이 대통령실에 전달됐다. 이 때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의 권한도 정지됐다. 비상계엄 선포 후 권한 정지까지 11일만에 이뤄졌다. 시간으로 치면 261시간이다.

앞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을 맡는 가운데 국정 안정이 권한대행의 최대 과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다만, 선출직이 아닌만큼 적극적인 행보보다는 소극적, 제한적 범위 내에서 국정운영의 공백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