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NSC 대변인 “계엄 선포 한국측 사전통보 없었다”

국무부 “중대한 우려 갖고 상황 주시…계엄 해제 결의 준수돼야”

ANGOLA USA DIPLOMACY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정부는 3일(현지시간)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우려를 표하면서 한국 국회의 결의에 따른 계엄 해제에 안도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한국의 계엄 해제 관련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우려스러운(concerning) 계엄령 선포에 관해 방향을 바꿔 계엄을 해제하는 한국 국회의 표결을 존중한 것에 대해 안도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계엄 선포에 대해 ‘우려스러운’이라는 수식어를 쓰고, 민주주의가 한미동맹의 근간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 계엄령 선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NSC 대변인은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보내온 답변에서 “미국은 이 발표(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고 밝혀 계엄 시행을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 중인 시기에 한국에서 계엄 사태가 불거지자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은 잇달아 입장을 내며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동맹국인 한미 간 소통선을 유지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국무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커트 캠벨 부장관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내년에 열리는 엑스포와 관련해 워싱턴 D.C.에서 열린 사전 행사에서 “논의에 앞서 짧은 성명을 발표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우리는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갖고 최근 한국의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곳과 서울에서 모든 급의 한국 측 인사들과 관여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등 모두가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고, 지속해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보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캠벨 부장관은 “나는 한국과의 동맹이 철통같으며 그들의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의 편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또한 어떤 정치적 분쟁이든 평화적으로, 법치에 부합하게 해결될 것을 전적으로 희망하고 기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캠벨 부장관의 입장은 한국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된 후에 나왔다.

이후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 국회가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한 것과 관련, “특정 국가의 법과 규칙은 해당 국가에서 준수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밝혔다.

그는 ‘거기에 한국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표결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같은 경우(That would be the case as well)”라고 답했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77조 조문에 입각해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존중할 것을 기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주한미군 태세 변화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내가 아는 한 변화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주한) 미군에 영향은 없었다”고 답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지지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우리는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과 한국 방어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동맹국인 한국이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사태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하는 기조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내 정정 불안을 틈 타 북한이 모험주의적 행동을 할 수 있는데다, 한국의 정정 불안이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측은 사태의 조기 해결을 기대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