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경찰서, 3일 연말연시 음주·약물운전 특별단속
면허정지 운전자 “평소에 이 정도 술은 괜찮다고 생각해”
“상시·탄력 단속 통해 음주·약물운전 반드시 붙잡을 것”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숨 들이마시고 제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불으셔야 됩니다. 더더더더 조금만 더더더 됐습니다. ‘0.071 면허정지 수치’ 나오셨습니다. ‘면허취소’는 아니고 ‘면허정지’입니다.”
초유의 비상 계엄이 선포되기 직전인 지난 3일 오후 8시 40분께 서울 관악구 봉천동 원당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50대 남성 A씨가 경찰 음주 단속에 걸렸다. 그는 호흡 측정을 마친 뒤 면허정지가 나오자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서울 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해 맥주 3잔을 마신 뒤 신대방역 근처 자택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단속에 걸렸다”며 “음주운전에 걸린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부끄럽고 잘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경찰서장의 현장 지휘 아래 연말연시 음주·약물운전 단속을 실시했다. 단속 지역은 봉천동 원당초등학교 앞과 신림동 동부아파트 옆 신림로 일대였다.
경찰의 음주단속 결과, 이날 단속 지역 일대에선 면허정지 1건, 훈방 1건, 자동차관리법 위반(구조변경) 1건이 발생했다.
약물복용이 의심되는 적발 건도 있었지만, 운전자가 5시간 전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내역이 있고 간이시약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입건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약물운전 의심 차량 운전자에 대해 간이약물키트 검사를 실시한 전종민 경사는 “지그재그 운전이나 칼치기를 발견할 경우 특이점이 있으면 약물검사까지 진행한다”며 “기존 소변 간이시약보다는 타액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결과 도출까지 시간이 빠르다”고 말했다. 전 경사 설명에 따르면, 간이약물키트를 통한 검사를 할 경우 ‘음성’은 3분 만에 결과가 나오고, 10분 안으로 음성인지 양성인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단속 시 키트가 활발히 사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운전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만 간이시약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내 음주 및 약물운전은 지난 3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567건, 2023년 546건, 올해 11월 기준 391건을 기록했다. 이중 약물운전도 최근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40대 남성 운전자가 약물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를 내 구속 송치됐고, 같은 달 30대 여성 운전자도 상습 음주운전이 적발돼 구속 송치됐다. 지난 4월에는 약물운전 차량에 의해 신호대기 중인 오토바이 배달종사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운전자도 불구속 송치됐다.
현장에 함께 나온 최인규 관악경찰서장은 “매년 관악경찰서 관내에서 약 500여건의 음주운전이 단속되고 있고, 최근 들어 약물운전이 증가 추세에 있다”며 “앞으로 연말연초 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단속과 탄력적 운영을 통해 단속을 강화하고, 반드시 처벌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도록 홍보활동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음주단속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던 인근 주민 김용하(72) 씨는 “미국에서 49년을 살다 얼마 전에 퇴직을 하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 음주 문화를 보면 뭐랄까 사회 전체적으로 너무 관대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며 “음주단속이나 처벌이 조금 느슨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도 미국처럼 보다 철저히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