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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이윤택·김보름…공분만 더한 ‘사과의 품격’
#. 여자 단원들을 성추행ㆍ성폭행했다는 폭로로 논란에 휩싸인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희롱 등 사실은 인정했지만 “극단을 18년간 운영하며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 부인하면서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 성폭행은 아니다. 만일 법적 절차가 강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도 했다. 성폭행을 당한 수많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주장처럼 들린다. 국민들은 ‘뻔뻔함의 극치’라면서 분노했고, 그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중절 수술까지 해야만 했던 배우의 추가 폭로가 나와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축제’ 분위기 무르익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에서 최악의 팀워크를 드러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논란 하루만인 20일 오후 해명 기자회견에 나섰다. 전날 대표팀은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노선영이 앞서가던 김보름과 박지우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로 처졌다. 팀성적 7위에 보다 더 큰 문제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보인 태도와 인터뷰 발언이었다. 논란이 증폭되자 백철기 총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해명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피해자격인 노선영에 대한 사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책임회피를 위한 사과는 오히려 사태만 키웠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고 오히려 사과 기자회견이 더 큰 분노로 이어졌다. 성희롱ㆍ성폭력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를 처벌하라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고,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빚어진 팀워크 논란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원에는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45만명이 동참할만큼 뜨거워졌다.

연극계 ‘거장’이나 ‘어른’을 넘어선 ‘왕’이나 ‘교주’같은 존재로 인식되던 이윤택 씨다. 그의 해명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내내 언짢은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성폭행은 없었다’며 ‘진실을 위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이 씨의 회견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시 상처를 안겼다. 또 성추행에 대해 ‘관행’ ‘관습’을 운운하자 다른 피해자들이 추가로 폭로하면서 이 씨를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변명이 먼저였다. 배려가 없었던 경기와, 조롱으로 들릴수 있는 인터뷰의 피해를 입은 노선영에 대한 사과보다 상황설명부터 했다. 김보름도 “인터뷰 발언을 반성하고 있다”며 눈물도 보였지만 반응은 차가왔다.

눈물을 흘리고 고개도 숙였지만 ‘진정성’을 찾기 어려웠다. 말은 생각을 담고, 말 한마디는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한다. 사과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진정성 없고 변명으로 일관한 2건의 기자회견. 대중의 불신과 분노와 맞물려 당분간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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