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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통화기록 뒤져본후 사후 통지가 ‘인권보호’라고?…경찰, 개인정보사찰 논란
[헤럴드경제=서지혜ㆍ이세진 기자] 인기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에 ‘삼순아빠’로 출연한 배우이자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여왔던 맹봉학(52ㆍ사진) 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통신확인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경찰이 맹씨의 지난 4월 한달간의 통화내역과 통신기지국 위치추적 정보를 열람했다는 것을 통보하는 내용이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4월15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경찰이 설치한 차벽을 넘어 통행이 제한된 도로에 들어간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맹씨를 불구속 입건했으나,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맹씨에 대한 수사는 4월16일 집회 건에 대해서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사실확인을 했다고 통지가 간 것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기 때문이며 나머지 건에 대해서 이같은 일이 또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본인이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맹씨는 “사전에 정보 제공을 동의하지 않았는데 이미 통화나 문자 기록을 다 본 후에 일방적으로 통지가 와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수사 기관은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도 통신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에 따르면 검사나 경찰관은 수사나 형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관할 지방법원 판사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로부터 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 때 법원의 허가는 영장과 비슷한 효력과 강제력을 갖는다.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영장과 같은 수준이므로 본인에게 이야기해 줄 필요가 없다”며 “통화내역을 확인해서 본인의 말이 사실인지, 실제로 그 자리에 있었는지 등을 대조하는 용도로 쓴다”고 말했다. 

또 “금융계좌를 압수수색하고 사후에 본인에게 통보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라고 설명했다.

다른 수사관은 “예전에는 수사가 들어가도 당사자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제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이러한 수사를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수사중인 사안이라도 자신도 모르게 수사기관에서 열람한 개인 정보를 일방적으로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것이 ‘인권 보호’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새정치연합)은 “개인정보사찰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난해 카카오톡 사찰이 세상에 알려지고 ‘사이버 망명’도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사람 통신 내역을 확인하면 그 사람이 통화한 다른 사람의 정보까지 샐 수 있어 감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4년 한해동안 통신사업자들이 검찰ㆍ경찰ㆍ국정원 등 수사기관에 협조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건수는 문서 수 기준으로 25만9184건, 전화번호(또는 ID) 수 기준으로 1028만8492건에 달한다. 

한편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18개의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안들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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