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골프 인생에서 자신에게 가장 뼈아픈 패배를 안겨 준 선수로 한국의 양용은을 꼽았다.

17일 A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즈는 이번 시즌 마지막 메이저 골프대회인 브리티시 오픈(이하 디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US오픈 패배로 상심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위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즈가 말한 무대는 2009년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다. 당시 우즈는 우승이 유력했지만 마지막날 양용은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넘겨줬다.

우즈는 “나는 그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역전패를 당한 적이 없었다. 당시 나는 선두였다”면서 “양용은에게 패배를 당한 뒤 회복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고 돌아봤다.

우즈는 전성기였던 당시 2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지다. 하지만 양용은이 14번홀 칩인 이글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3타차 역전승을 거뒀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PGA는 양용은의 우승을 투어 역사상 ‘최대 반전 승부’ 3위로 꼽기도 했다.

우즈는 자신과 비슷하게 지난 6월 US오픈에서 우승을 놓친 매킬로이를 위로하기 위해 격려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매킬로이는 열린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짧은 퍼트를 몇차례 놓치면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우승컵을 넘겨줬다. 특히 매킬로이가 18번홀(파4)에서 1.2ｍ 거리의 파퍼트를 놓쳐 보기를 한 것이 결정적인 패배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즈는 “나도 많은 퍼팅을 놓쳤다. (은퇴한 미국프로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도 많은 슛을 놓쳤다. 중요한 것은 계속 위닝샷을 쏘는 거다. 그리고 나도 여전히 마지막 퍼트를 하고 싶다”라며 매킬로이를 위로했다.

우즈가 17일(한국시간) 열린 브리티시오픈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하지만 정작 매킬로이는 US오픈에서 우승을 놓친 뒤 전화번호까지 바꿔 격려 메시지를 바로 받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사람과의 연락을 피하려고 전화번호를 바꿨다. 그래서 우즈가 보내 격려 메시지조차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US오픈이 끝난 뒤 이틀 후에 전화번호를 바꿨다. 오늘 우즈가 말해주기 전까지 격려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매킬로이는 “내 인생에서 우즈는 놀라운 존재다. 기쁠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좋은 메시지를 보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매킬로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디오픈 정상 탈환에 나서며, 이 대회서 세차례나 챔피언에 오르는 우즈는 잰더 쇼플리, 패트릭 캔틀레이(이상 미국)와 함께 대회 1라운드를 시작하며 다시한번 부활샷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