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받은 아들 목숨값 4억원…군이 은폐하려던 이병의 죽음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육군이 수사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변사 처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유족에 4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김형철 부장판사)는 A씨 유족 5명이 낸 소송에서 "국가가 유족에게 총 4억10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1985년 6월 26일 전남 장성군 육군부대 근처 저수지에서 방위병 A 씨가 익사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육군은 A 씨가 폐결핵을 앓는 부친의 몸보신을 위해 물고기를 잡으러 입수했다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유족은 A 씨의 사망 원인을 믿을 수 없었으며, 특히 입대 후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등병이 혼자 저수지에 들어갔다는 설명이 납득되지 않았다. 결국 유족은 30여 년이 지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A 씨의 사망에 대한 재조사를 요청했다.

2022년 5월 위원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선임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저수지에 갔다가 선임 지시로 낚시 그물을 치러 물에 들어갔다. 부대 막내였던 A 씨는 전날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하지 못한 채 선임이 시킨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하지만 군은 수사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A 씨의 개인 일탈에 따른 변사로 처리했다.

국방부는 2022년 9월 위원회의 진상규명 결정을 토대로 A 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유족은 지난해 10월 "군 수사기관이 진실을 은폐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A 씨에 대한 보훈 등록도 제때 신청하지 못해 보훈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 씨의 사망 원인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변사로 처리된 것은 군 수사기관이 고의나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진실 규명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위법행위로 A 씨 유족의 명예 감정이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A 씨의 부모는 수십 년간 아들의 순직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다가 사망했고, 남은 유족은 사망 후 37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며 "이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점은 명백하고 순직에 따른 절차도 밟지 못해 망인의 공헌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사망 당시 순직군경으로 인정됐다면 유족이 받았을 연금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