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 갉아먹는 경제적 불평등 [카우시크 바수]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침식되고, 권위주의적인 인물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군사 쿠데타와 같은 무력에 의한 권력 장악뿐 아니라,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집권한 정치인들이 점차 권위주의적으로 변모하며 국가의 제도를 장악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세계 민주주의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통계 자료로 알려진 V-DEM 연구소의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평균 민주주의 수준은 1985년 수준으로 후퇴했고, 지난 1년 동안 44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후퇴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는 민주주의 국가가 88개국, 권위주의 국가는 91개국에 달한다. 이러한 권력의 장악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비극적인 소식이다. 이는 곧 일반 대중의 경제·정치적 권한의 침식이며, 대중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의 민주주의 진보 끝에 왜 세계는 다시 권위주의로 회귀하고 있는가. 이
2025.06.20 11:08
세계 경제 3대 위험과 한국 새 대통령의 대응전략[웨이 상진]
한국의 새 대통령은 국내 정치 안정화와 북한의 안보 위협을 예방하는 과제에 더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국제 경제 환경 속에서 협상을 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제 경제에서 세가지 동향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미국의 변동성 큰 관세 정책이 촉발한 세계 무역 시스템의 지속적인 붕괴다. 다음은 미국의 재정 상황 악화로 인해 달러 자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것이다. 셋째는 미국과 중국간 긴장이 고조하면서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세계 공급망의 재편이다. 이들 모두는 과거 규칙에 기반한 글로벌 무역 시스템,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체계에 기대어 번영한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국제 무역 측면에서 볼 때, 경제 대국들은 주요한 개혁이 이뤄지기 전까진 기존 글로벌 무역 질서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전 세계 무역 시스템의 핵심축이었던 미국은 이 체제가 더 이상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무역 정
2025.06.18 13:27
킹달러, 위안화·디지털통화와 ‘왕좌의 게임’ [지안루카 베니그노]
글로벌 국내총생산(GDP)과 무역에서 미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미국 달러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지표에서, 그리고 국제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지배력이 더욱 커져 글로벌 화폐 단위라는 달러의 근본적인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달러의 중심성은 글로벌 GDP나 무역 내 미국 경제의 중요성을 반영한다기보다 국제 금융에서 달러의 역할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무역과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예전 같지 않음에도 달러가 더욱 강세를 보이는 분명한 역설로부터 국제 통화 시스템이 더 이상 무역 기반이 아니라 금융화되었다는 중요한 측면이 드러난다. 달러의 지배력은 미국의 수입 또는 수출 규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달러의 지배력은 미국 금융 시장의 깊이, 유동성, 규모, 글로벌 부채와 상품의 달러화 표시,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제 금융 안전판 역할에서 비롯된다. 사실상 국제 통화 시스템은 현대판 브레턴우즈 체제로 진
2025.06.17 11:06
스테이블코인 ‘돈의 규칙’을 다시 쓰다 [데이비드 크라우제]
금융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점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 디지털 우선 환경으로의 이동은 단순한 서비스 전환을 넘어 우리가 돈을 접하고 다루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꿔놓았다. 특히 핀테크 기반의 네오뱅크들은 전통적 금융모델을 무너뜨리며, 민첩하고 모바일 중심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고, 이는 소비자들의 기대와 행동양식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이와 병행해 각국 정부는 ‘화폐’라는 개념 자체의 인프라를 재구성 중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와 시범 운영이 그 증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새 금융 질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원을 통과한 GENIUS(Guaranteed and Enforceable Neutral and Inclusive Uniform Standards)법은 이 논의를 제도권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보통 미국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하거나,
2025.06.13 11:31
트럼프의 하버드大 전쟁…희생양은 美 ‘소프트 파워’ [배리 아이켄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대학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에 한국인이 당황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인은 세계적 수준의 미 대학이 가진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 시스템도 미국 모델을 대체로 본떠 설계됐다. 한국의 우수 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는 것을 과학 또는 경영학 분야에서 생산적인 경력을 쌓는 디딤돌로 여긴다. 이들은 대학이 미국의 ‘소프트 파워’ 뿐만 아니라 기술 우수성과 경제적 ‘예외주의(exceptionalism)’에 핵심적 기여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바로 이같은 사례 때문에 한국은 대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고, 이는 고등교육이 성공적인 경제 성과와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및 미 대학 전반에 대한 공격은 미국이 자랑하던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기반을 크게 흔들 위협이 되고 있다. 초기 조처는 제한적이었다.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성부(DOGE)’는 간접
2025.06.11 11:22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 [로버트 앳킨슨]
한국은행은 최근 2024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낮췄고, 2025년 전망치도 1.6%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한국처럼 역사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해온 국가로서는 실망스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 한국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한 경기침체나 금리 인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본질적 문제는 구조적이며 장기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닌,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수십 년간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산업기술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취했고, 민첩한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자동차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육성해왔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수출을 기반으로 한 성공 스토리는 오랫동안 한국 경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통상질서의 근간을 뒤흔
2025.06.09 11:19
블록체인 보안과 AI 마법[마이클 얼리슨]
블록체인-문제의 시작과 해결의 약속 필자가 처음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 없이도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투명한 규칙, 암호학적 보안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은 중앙 통제와 중개자를 없앨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여겨졌다. 실제로 프로토콜 수준에서 블록체인은 이러한 약속을 일정 부분 실현해냈다. 거래가 어떻게 검증되고 저장되는지에 대한 기술적 기반은 견고히 구축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의 본질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과 행위자에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다. 기술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거의 매주 디파이(DeFi) 프로젝트에서 자금이 유출되거나, 블록체인 브리지가 해킹당하거나, NFT 커뮤니티가 가짜 공지에 속아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사건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결함이라기보다, 사회공학적 기법, 교묘한 조작, 혹은 미세한 코
2025.06.02 11:38
정교한 데이터 없는 리쇼어링 위험하다 [다이앤 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큰 불확실성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미국이 일부 관세 인상을 제한하는 합의를 시사하면서도 발표 내용이 혼란스럽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주요한 불확실성 요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s)’ 또는 ‘생산 네트워크(production networks)’라고 부르며, 두 용어는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현재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과 점차 증가하는 서비스업 생산이 여러 국가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 상품 무역의 약 3분의 2는 완제품이 아닌 부품 거래로 이뤄지며 이는 세탁기, 자동차, 심지어 신발과 셔츠 같은 다양한 소비재까지 해당된다. 이러한 제품들은 주로 선진국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품목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이폰과 나이키 신발
2025.05.28 11:15주한미군 감축보다 새로운 해법 필요하다 [제프리 삭스]
미국 국방부가 국방비 절감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주둔 미군과 주한미군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미군 병력을 감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워싱턴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문제를 꾸준히 거론하며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미군 기지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역내 국가들이 주도하는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세계 곳곳의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며 사실상 ‘과다 팽창(overstretched)’ 국가가 돼 버렸다. 현재 약 80개국에 걸쳐 750여 개의 해외 군사기지를 운영 중이다. 국방부 예산은 물론, 핵무기 관련 지출, 정보기관 운영비, 국토안보부 예산, 해외 주둔군 지원, 재향군인 수당, 그리고 국방비 지출로 인한 부채 이자비용까지 합한 미국의 국가안보 관련 총 예산은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 전체 재정적자의 약 75%에 해당하는
2025.05.27 11:11
딥시크, 美패권 균열 위한 계산된 일격[섀넌 브랜다오]
이야기는 두 강국에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체제를 앞세운 두 나라가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거인으로, 오랜 세월 세계 기술 혁신을 주도해온 미국이다.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급부상한 신흥 강국, 세계 제패를 꿈꾸는 중국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경쟁국 안에는 ‘실리콘밸리’가 각각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로, 현대 첨단 기술 문명의 발상지다. 이곳에서는 기술이 곧 권력이고 규제는 성가신 장애물일 뿐이다. 또한 ‘빠르게 움직이고, 낡은 틀을 깨뜨려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좌우명이 통하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 이어지는 샐리콘밸리에는 벤처캐피털 자본이 와인처럼 흘러넘치고, 실패는 오히려 훈장처럼 여겨지며 혁신은 하나의 신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하나의 실리콘밸리는 상대적으로 신화화하진 않았지만, 그 중요성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중국판 ‘팔로알토’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은 중국
2025.05.23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