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이냐 현물이냐…복지 지원의 정치·경제학 [스테파니 스탠체바]
최근 미국에선 부분적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저소득 가구가 식량 지원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혼란은 모든 선진국이 오랫동안 씨름해 온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사회는 가장 가난한 구성원들을 어느 정도까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도와야 하느냐는 문제다. 이 질문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복지 확대, 근로연령층 빈곤,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선진국 전반에서 빈곤 구제에 대한 사고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전통적인 모델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역사적으로 빈곤 완화 정책은 배우자를 잃은 여성이나 장애인처럼 노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집단을 대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모델이 자리 잡았다. 저임금 노동자, 특히 자녀를 둔 가구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목표는 소득을 ‘대체’하는 것이
2026.01.19 11:25
2026 미중 무역전쟁과 한국의 대응[마테오 마지오리]
2026년이 막 시작됐다. 이미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볼 수 있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강대국들의 노골적인 경제·군사 행동의 재개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강대국 경쟁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 영역을 생각해보는 게 좋다. 첫째,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강대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셋째, 중국은 기초 제조업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금융 전쟁터 과거에는 지루하다고 여겨졌던 결제 시스템과 기본 금융 서비스가 이제는 강대국 경쟁의 중심이 됐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해 다른 나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능력은 이란·러시아 제재, HSBC 압박, 국제은행간 금융결제망(SWIFT)에서 특정 기관 분리까지 다양하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전
2026.01.14 11:44
기업의 세 가지 스테이블코인 전략 [단테 디스파르테]
전 세계 모든 기업은 스테이블코인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할 필요는 없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개방형 디지털 화폐’이며, 이 개방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이는 기업과 조직이 항상 연결된 인터넷 환경에서 대규모 결제와 경제 활동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최근 미국의 지니어스(GENIUS) 법안과 유럽의 암호자산시장규제(MiCA)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주요 법률이 등장하면서 규제 환경이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과 이사회는 스테이블코인을 두고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즉, 직접 만들 것인가(build), 사올 것인가(buy), 아니면 협력할 것인가(partner)다.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일은, 마치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막대한 자본과 기술 투자를 무시하고 바닥부터 AI 플랫폼을 만드는 것과 같다. 기업들이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자체 대형언어모델을
2026.01.13 11:09
“AI기술 일자리 양극화 초래할 수도” [토마 피케티에게 듣다]
세계적 석학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혁신과 재분배가 긴장관계에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21세기 조건에 맞는 사회 민주적 전환이 없다면, 높은 불평등이 장기지속하는 체제로 진입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인공지능(AI)·가상자산 등이 번영의 도구가 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토록 하려면 제도·정치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피케티 교수·세계불평등연구소(WIL)의 리카르도 고메즈 카레라 연구원과 진행한 공동 인터뷰의 일문일답. -불평등은 역사적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나, 아니면 극도의 불평등이 장기 지속하는 체제로 진입하고 있나. ▶나는 우리가 불평등의 역사적 정점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극심한 불평등은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정상 상태였다. 지속적인 불평등 완화 국면은 드물었고, 취약했으며, 정치적 조건에 크게 좌우됐다.
2026.01.06 11:46
사상 최대 수출, 샴페인 터트릴 때 아니다 [로버트 앳킨슨]
한국은 2025년에 수출액 7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역사상 최고치이자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다. 그러나 성급하게 환호할 일은 아니다. 물론 이 수출 수치는 미국의 관세, 중국의 강력한 경쟁, 공급망 분절,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이 핵심 글로벌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전자 산업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선두주자이며, 이들 부문이 해외 수요를 계속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호조라는 헤드라인은 몇 가지 중요한 도전을 가리고 있다. 첫째, 한국의 성장 모델은 여전히 소수의 수출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 전반을 보면 성장세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다른 많은 부문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8%를 차지하는데, 이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는 인공지능(AI)
2025.12.24 11:42
차기 연준 의장, 새 플레이북<통화정책 운용 전략>준비됐나 [지안루카 베니그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금리인하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기 연준 의장 발표는 내년 1월로 연기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따르면 유력 후보 중에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가장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낮은 금리를 선호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인선의 의미는 단기적인 정책 방향을 훨씬 넘어선다. 새로운 의장은 연준의 지적·분석적 틀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통화정책 플레이북(playbook·운용 전략)을 작성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의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시대를 규정했던 힘들과 전혀 다른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준의 최근 전략적 검토는 향후 닥칠 도전의 규모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진짜 질문은 다음과 같다. AI가 촉발한 생산성, 확장적 재정정책, 노동대체,
2025.12.05 11:10
다가오는 미국 경제 호황 [아서 허먼]
미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미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는 누구의 말을 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전망이 암울하며, 심하면 재앙 수준이라고 본다. 그들은 미국인들이 ‘점점 더 적은 가치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느낌, 즉 가성비 문제(affordability issue)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시에서 사회주의자가 시장으로 선출된 것이 바로 이 문제를 중심으로 한 선거였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정부 셧다운이 종료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임자 케빈 해셋(Kevin Hassett)은 이번 사태가 4분기 GDP 성장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존 예상치 3%가 1.5%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연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3% 가까이에서 완강하게 머물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은 현재 미국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부정적 판결이 나오면 최근 국제 무역 협정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주
2025.11.19 11:06
폐쇄냐 개방이냐…수조달러 ‘쩐의 전쟁’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거대한 플랫폼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전쟁의 대상은 글로벌 경제의 근본적인 기반, 즉 ‘돈’ 그 자체다. 나는 최근 이 주제에 관한 강연에서 이 싸움은 단순히 누가 결제를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거래의 미래 규칙을 누가 설정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금 두 가지 뚜렷하게 다른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기업체인(CorpChain)이라 불리는 폐쇄형 독점 생태계다. 이건 단순한 이론 논쟁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영토 쟁탈전이다. 마스터카드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제로해시(Zerohash)를 최대 2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고위급 협상 단계에 있다. 이는 스트라이프(Stripe)와 밴처캐피털 패러다임(Paradigm)이 인큐베이팅한 결제 블록체인 템포(Tempo)가 5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5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직후에 이어진 것이다. 동시에 써클(Circle)은 자사의 ‘경제 운영체제(Economic Operating System)’로
2025.11.17 11:23
다카이치 총리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후쿠다 신이치]
지난달 21일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의 제104대 총리이자 첫 여성 지도자로 취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고, 주요 선거에서 잇따른 역사적 패배를 겪은 자민당(Liberal Democratic Party) 소속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으로 명확한 보수 정책 노선을 견지해온 그녀는 약화한 당의 지지와 의회 내 정치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에 대한 기대감은 여론의 순풍이 되어, 최근 총리 중 가장 높은 내각 지지율로 이어졌다. 경제정책 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인 ‘아베노믹스(Abenomics)’로 회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한 공격적 통화 완화와 재정 지출 중심의 정책이다. 그녀는 물가 상승과 경제 침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다양한 경제 대책을 발표하며 일본 경제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현재 일본에서는 물가 상승과 정체된 노동소득이
2025.11.12 11:36
재정의 시대, 무너지는 유럽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정부 부채가 뚜렷하게 증가해 왔다. 2024년에는 GDP 대비 평균 110%를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전인 2007년 수준보다 거의 40%포인트 높은 수치다. 주요 7개 OECD 경제권 중 정부 부채는 독일이 GDP의 62%로 가장 낮고, 일본은 222%로 가장 높았다. 한국의 정부 부채는 GDP의 50%를 약간 웃돌았다. 모든 주요국은 여전히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일본은 GDP의 2%, 미국은 7% 이상, 한국은 3% 수준이다. 부채는 GFC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급격히 증가했으며, 대부분의 정부는 경기 확장기에도 부채 비율을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했다. GFC 이후 10년간 지속된 초저금리 환경은 대부분 국가에서 부채 부담을 완화했지만, 동시에 재정 적자 축소에 대한 유인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금리가 상승하고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경제 성장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많
2025.11.11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