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수출, 샴페인 터트릴 때 아니다 [로버트 앳킨슨]
한국은 2025년에 수출액 7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역사상 최고치이자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다. 그러나 성급하게 환호할 일은 아니다. 물론 이 수출 수치는 미국의 관세, 중국의 강력한 경쟁, 공급망 분절,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이 핵심 글로벌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전자 산업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선두주자이며, 이들 부문이 해외 수요를 계속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호조라는 헤드라인은 몇 가지 중요한 도전을 가리고 있다. 첫째, 한국의 성장 모델은 여전히 소수의 수출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 전반을 보면 성장세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다른 많은 부문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8%를 차지하는데, 이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는 인공지능(AI)
2025.12.24 11:42
차기 연준 의장, 새 플레이북<통화정책 운용 전략>준비됐나 [지안루카 베니그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금리인하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기 연준 의장 발표는 내년 1월로 연기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따르면 유력 후보 중에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가장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낮은 금리를 선호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인선의 의미는 단기적인 정책 방향을 훨씬 넘어선다. 새로운 의장은 연준의 지적·분석적 틀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통화정책 플레이북(playbook·운용 전략)을 작성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의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시대를 규정했던 힘들과 전혀 다른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준의 최근 전략적 검토는 향후 닥칠 도전의 규모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진짜 질문은 다음과 같다. AI가 촉발한 생산성, 확장적 재정정책, 노동대체,
2025.12.05 11:10
다가오는 미국 경제 호황 [아서 허먼]
미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미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는 누구의 말을 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전망이 암울하며, 심하면 재앙 수준이라고 본다. 그들은 미국인들이 ‘점점 더 적은 가치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느낌, 즉 가성비 문제(affordability issue)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시에서 사회주의자가 시장으로 선출된 것이 바로 이 문제를 중심으로 한 선거였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정부 셧다운이 종료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임자 케빈 해셋(Kevin Hassett)은 이번 사태가 4분기 GDP 성장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존 예상치 3%가 1.5%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연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3% 가까이에서 완강하게 머물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은 현재 미국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부정적 판결이 나오면 최근 국제 무역 협정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주
2025.11.19 11:06
폐쇄냐 개방이냐…수조달러 ‘쩐의 전쟁’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거대한 플랫폼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전쟁의 대상은 글로벌 경제의 근본적인 기반, 즉 ‘돈’ 그 자체다. 나는 최근 이 주제에 관한 강연에서 이 싸움은 단순히 누가 결제를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거래의 미래 규칙을 누가 설정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금 두 가지 뚜렷하게 다른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기업체인(CorpChain)이라 불리는 폐쇄형 독점 생태계다. 이건 단순한 이론 논쟁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영토 쟁탈전이다. 마스터카드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제로해시(Zerohash)를 최대 2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고위급 협상 단계에 있다. 이는 스트라이프(Stripe)와 밴처캐피털 패러다임(Paradigm)이 인큐베이팅한 결제 블록체인 템포(Tempo)가 5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5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직후에 이어진 것이다. 동시에 써클(Circle)은 자사의 ‘경제 운영체제(Economic Operating System)’로
2025.11.17 11:23
다카이치 총리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후쿠다 신이치]
지난달 21일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의 제104대 총리이자 첫 여성 지도자로 취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고, 주요 선거에서 잇따른 역사적 패배를 겪은 자민당(Liberal Democratic Party) 소속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으로 명확한 보수 정책 노선을 견지해온 그녀는 약화한 당의 지지와 의회 내 정치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에 대한 기대감은 여론의 순풍이 되어, 최근 총리 중 가장 높은 내각 지지율로 이어졌다. 경제정책 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인 ‘아베노믹스(Abenomics)’로 회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한 공격적 통화 완화와 재정 지출 중심의 정책이다. 그녀는 물가 상승과 경제 침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다양한 경제 대책을 발표하며 일본 경제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현재 일본에서는 물가 상승과 정체된 노동소득이
2025.11.12 11:36
재정의 시대, 무너지는 유럽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정부 부채가 뚜렷하게 증가해 왔다. 2024년에는 GDP 대비 평균 110%를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전인 2007년 수준보다 거의 40%포인트 높은 수치다. 주요 7개 OECD 경제권 중 정부 부채는 독일이 GDP의 62%로 가장 낮고, 일본은 222%로 가장 높았다. 한국의 정부 부채는 GDP의 50%를 약간 웃돌았다. 모든 주요국은 여전히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일본은 GDP의 2%, 미국은 7% 이상, 한국은 3% 수준이다. 부채는 GFC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급격히 증가했으며, 대부분의 정부는 경기 확장기에도 부채 비율을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했다. GFC 이후 10년간 지속된 초저금리 환경은 대부분 국가에서 부채 부담을 완화했지만, 동시에 재정 적자 축소에 대한 유인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금리가 상승하고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경제 성장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많
2025.11.11 11:50
AI는 더 똑똑해지고 있을까 [루먼 초두리]
지난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은 더 큰 ‘언어모델(Language Model)’을 만드는 경쟁, 즉 덩치를 키우는 데 몰두해 왔다. AI에서 말하는 ‘모델’은 데이터를 학습해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의 두뇌다. 쉽게 말해,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언어 생성 엔진인 셈이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더 복잡한 계산을 돌릴수록 AI는 더 똑똑해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AI의 미래는 가장 거대한 모델이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현명한 모델, 즉 ‘소형 언어모델(Small Language Model·SLM)’이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작은 모델들은 단순히 크기를 줄인 기술이 아니라, AI를 더 똑똑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새로운 시도다. LLM(대규모 언어모델)은 오랫동안 ‘규모가 곧 진보’의 상징이었다.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이 모델들은 거대한 데이터셋을 학습해
2025.11.04 11:09
트럼프 APEC 격랑의 아시아 [라자 모한]
아시아를 방문 중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갖는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 관여 정책에서 새로운 중대한 장(章)이 열리는 순간을 뜻한다. 이제 과거의 기준은 무의미해졌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아시아에서 트럼프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글로벌 질서를 좌우할 것이다. 만약 중국과의 무역 휴전이 성사된다면, 이는 경제적 분절을 완화하고 전략적 조정의 시간을 벌어주는 ‘관리된 경쟁’(managed rivalry)의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수정된 현실적 조건 속에서 미국의 동맹 관계가 안정된다면, 아시아 지역의 균형 유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축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아시아와 세계는 심각한 혼란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에 트럼프를 맞이하는 아세안(ASEAN), 일본, 한국에게는 새로운 격변을
2025.10.28 11:19
한국이 APEC에서 승리하는 방법 [허아람]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개최국으로서 한국이 공개한 홍보 영상은 화려한 스타들로 가득하다. K-팝 스타 지드래곤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박찬욱 감독, 축구선수 박지성, 셰프 안성재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는 회원국 비행기의 착륙을 돕는 항공 유도 요원으로 짧게 카메오 출연한다. 외교부는 이 장면이 내부 위기 이후 한국이 세계 무대로 질서 있게 복귀한다는 의미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는 결국 그의 기소·탄핵·극심하게 분열된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연쇄 사건을 촉발했다. 그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며 정권은 진보 진영으로 교체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운동 초기부터 자신이 ‘실용 외교’라 부르는 노선을 내세웠다. 안보 동맹국인 미국과 주요 경제 파트너인 중국 사이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그 사이에
2025.10.23 11:26
통화스와프의 지정학 [지안루카 베니그노]
배경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통화스와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무역·투자 협상의 하나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와의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미 재무부가 외환안정기금(ESF)을 통해 아르헨티나에 스와프 기구를 제공해 현지 통화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결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러한 기술적 장치 이면에는 더 깊은 현실이 존재한다. 통화스와프는 ‘국제통화 위계(monetary hierarchy)’의 상징이 돼버렸다. 자국이 선호하거나 필요한 외화, 특히 달러에 대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은 단지 금융 안정성을 좌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나라의 지정학적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한다. 이 글에서는 스와프라인이 무엇인지 간략히 살펴보고, 달러 중심의 미 연준 네트워크와 위안화 중심의 중국인민은행(PBoC) 네트워크를 비교한다. 두 시스템의 목적과 작동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면서, 이들이 결국 국제통화체계의 비대칭성―즉, 달러
2025.10.15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