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두 강국에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체제를 앞세운 두 나라가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거인으로, 오랜 세월 세계 기술 혁신을 주도해온 미국이다.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급부상한 신흥 강국, 세계 제패를 꿈꾸는 중국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경쟁국 안에는 ‘실리콘밸리’가 각각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로, 현대 첨단 기술 문명의 발상지다. 이곳에서는 기술이 곧 권력이고 규제는 성가신 장애물일 뿐이다. 또한 ‘빠르게 움직이고, 낡은 틀을 깨뜨려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좌우명이 통하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 이어지는 샐리콘밸리에는 벤처캐피털 자본이 와인처럼 흘러넘치고, 실패는 오히려 훈장처럼 여겨지며 혁신은 하나의 신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하나의 실리콘밸리는 상대적으로 신화화하진 않았지만, 그 중요성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중국판 ‘팔로알토’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은 중국 동부와 남부 전역에 걸쳐 있는 거대한 기술산업 복합체의 핵심 거점이다. 베이징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국가 지침, 학계 인재, 그리고 기업 역량이 융합된 공간이다. 하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시장을 뒤흔드는 파괴적 혁신 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중관춘의 궁극적 목적은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비전의 가장 중심에는 미·중 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의 승리가 있다. 시진핑 주석에게 AI 경쟁의 승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을 앞지르고, ‘국가부흥(national rejuvenation)’을 통해 중국을 다시 세계 중심에 세우겠다는 국가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2017년 발표된 ‘차세대 AI 발전계획(New Generation AI Development Plan)’은 2030년까지 글로벌 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청사진으로, 국가 주도의 계획과 자본주의적 인센티브 요소가 결합돼 있다. 이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정부 자금이 투입되고, 정부가 지정한 국가대표급 인재들이 육성되며 사회 전체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딥시크의 부상

그렇게 ‘딥시크(DeepSeek)’가 탄생했다. 미국의 기술 제재에 발목을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동력 삼아 부상한 중국발 혁신 기업이다. 퀀트 헤지펀드에서 분사한 딥시크는 2025년 초, 오픈AI의 GPT-4에 필적하는 추론·수학 능력을 갖춘 저비용·고효율 오픈소스 모델(R1)을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주목할 점은, GPT-4와 같은 최상위 AI 모델들이 대부분 엔비디아 H100 같은 고성능 반도체로 구성된 대규모 클러스터를 활용해 거대한 데이터셋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막대한 자금과 고도의 기술력이 필수다. 반면, 딥시크의 R1 모델은 훨씬 적은 연산 자원(GPU), 메모리, 에너지로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요약하자면, 딥시크는 오픈AI를 힘으로 누른 것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앞섰다는 얘기다. 그 사실만으로도 실리콘밸리의 ‘혁신의 제왕’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딥시크의 진짜 놀라운 점은 성능보다도 그 철학에 있었다. 개방성, 효율성, 글로벌 지향성을 앞세운 딥시크는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딥시크는 중국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상명하달식 통제와 비밀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나, R1 모델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굴기 과시를 넘어, 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유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정면으로 흔든 행보였다. 이는 지정학적 공세의 양상 자체를 바꿔놓는 전환점이 됐다. 중국은 무역 보이콧, 제재, 시장 접근 제한 같은 무딘 도구 대신, ‘개방성’이라는 정교한 무기를 택한 셈이다.

세계 디지털 질서의 재편

중국이 딥시크를 내놓은 건 인공지능을 민주화하겠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개방성’은 중국의 전략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딥시크의 R1 같은 최첨단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돼 생태계가 형성되고, 그 안에서 데이터와 신뢰, 영향력이 축적된다.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개발자들이 미국 AI 모델 대신 딥시크를 기반으로 개발한다면, 중국은 단순한 경쟁자를 넘어 차세대 인공지능의 토대를 설계하는 ‘플랫폼 설계자’로 부상하게 된다.

다시 말해 딥시크는 단지 오픈AI의 가격 모델에 도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점적 통제와 유료 접근에 기반한 기존 세계 질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 대신, 국가 전략과 연계되고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술 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 전략은, 러시아와 공조해 디지털 및 지전략적(geostrategic) 분야에서 미국 주도의 패권 구조에 균열을 내려는 중국의 광범위한 지정학적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브릭스(BRICS) 확대, 디지털 실크로드 구상 등을 통해 기술 수출과 함께 ‘서방의 쇠퇴’라는 정치적 대항 담론을 결합하고 있다.

기술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딥시크의 진짜 위력은 오히려 소프트파워에서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파격적인 투명성을 내세운 무료 공개였지만, 실상은 디지털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 간 경쟁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일격이었다.

국가 안보와 AI 패권 경쟁

미국은 인공지능을 미래 전장의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로 간주하고 있다. ‘제3차 상쇄전략(Third Offset Strategy)’과 ‘합동인공지능센터(Joint Artificial Intelligence Center)’ 같은 전략과 기관을 통해, 미 국방부는 자율 무기 시스템과 전장 지휘체계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군 전략가들은 미래 전쟁에서 속도가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더 빠른 판단, 정밀 타격 능력, 최소한의 감독으로 작동하는 자율 시스템을 통해 지휘관에게 실시간 전술적 우위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사이버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병참 체계를 효율화하며, 원시 데이터를 즉각 활용 가능한 정보로 전환함으로써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전장 환경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빠르게 격차를 좁혀오고 있으며, 딥시크는 역대 가장 강력한 반격이 될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독립적인 민간 기업임을 자처하지만, 딥시크의 경영진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으며 군민융합 체제 아래 운영되고 있다. 즉, 딥시크의 인공지능 기술은 언제든지 군사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다. 이 모든 요소는 미국에 우려를 안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대목은 딥시크가 반도체 제재를 우회했다는 점이다.

딥시크는 정예 인재와 국가적 의지, 그리고 ‘린 엔지니어링(lean engineering·낭비 요소를 최소화한 기술)’을 기반으로 서방의 최상위 모델과 사실상 대등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이 추진해온 수출 통제 정책의 핵심 논리를 정면으로 흔든 것이다. 즉,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면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늦춰질 것이라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오히려 딥시크는 그 장벽을 기술로 우회하며, 제재를 자립을 향한 혁신의 동력으로 전환시켰다. 딥시크는 단지 미국의 제재를 피해간 것이 아니라, 그 전략 자체에 구멍을 냈다.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 없이도 세계 수준의 AI를 구현할 수 있다면, 제재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며 오히려 자국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될 것인가

더 이상 세계 기술의 중심지는 하나가 아니다. 중국식 모델에서 기술 발전은 단지 경제 성장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전략적 축이며, 공산당의 장기적 야망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다. 떠오르는 국가대표 챔피언 딥시크는 더 이상 중국 내수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해야 할 주자로 떠올랐다.

딥시크의 사업 목표 역시 국가 전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차세대 AI 발전계획’의 3단계 전략에 따르면 2020년까지는 선진국 수준의 AI 개발, 2025년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AI 기술과 어플리케이션 개발, 2030년까지 중국을 세계 AI 선두국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 이정표, 즉 글로벌 선두 AI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일은 상당 부분 달성됐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딥시크는 바이두(Baidu) 같은 기존 거대 기업들과 비교해 규모, 자본력, 브랜드 파워에서 확연히 부족하다. 사용자 데이터를 무단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 그 혁신 역시 ‘혁명’이라기보다는 정교한 모방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딥시크는 중요하다-매우 중요하다.

이 기업의 등장은 향후 AI 리더십의 무게중심이 팔로알토가 아닌, 베이징 외곽에 위치하고 공산당 이념과 궤를 같이하는 국가 주도 실험실에서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단 하나의 아웃라이어(outlier·이단아)가 패권지도를 다시 그릴 수도 있다.

지금 중관춘에서는 붉은 깃발 아래, 공산당의 시선이 머무는 그곳에서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고 있다.

섀넌 브랜다오는 누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중국 전문 변호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서 ‘차이나 보스(China Boss)’라는 이름의 중국 관련 비즈니스·지정학에 대한 뉴스피드를 제공한다. 3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UCLA를 우등 졸업했고, 마이애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다. 이후 벨기에 루벤카톨릭대에서 유럽 및 국제비즈니스법 석사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그의 분석은 포린폴리시 등에 실린 바 있다.

When China Went Open Source: Deepseek’s AI Race Reset

This is a tale of two.

Two countries, two systems-one, a capitalist giant and long-standing technological leader; the other, an authoritarian upstart with global ambitions.

And within these two rival powers lie two Silicon Valleys. That’s right-two.

One, you’ve undoubtedly heard of-California’s Silicon Valley, birthplace of the modern tech age.

Here, code is king, regulation is a nuisance, and the motto is: move fast, break things.

A strip of land stretching from San Francisco to San Jose - it is a place where venture capital flows like wine, failure is a badge of honor, and innovation a creed unto itself.

The other Silicon Valley, however, is less mythologized, but no less consequential.

Zhongguancun-China’s answer to Palo Alto-is the core of a sprawling tech-industrial complex that spans cities along the country’s eastern and southern flanks.

Located near Beijing, it fuses state directives with academic talent and enterprise muscle. But, unlike its Californian counterpart, it doesn’t chase market disruption for its own sake. Rather, its foremost aim is to serve the Chinese leadership’s strategic vision.

And at the heart of that vision is winning the US-China contest in artificial intelligence.

For Xi Jinping, winning the AI race isn’t optional-it’s central to China’s campaign to outpace the U.S. and reclaim its place as a global power through ‘national rejuvenation.’“

His 2017 New Generation AI Development Plan charts a path to global tech domination by 2030, blending central planning with capitalist incentives.

That means billions in state funding, handpicked national champions, and mobilizing Chinese society to support innovation.

DeepSeek’s Rise

And that’s how DeepSeek was forged: a sleek, ‘Made-in-China’ disruptor, not hindered by U.S. tech sanctions, but catalyzed by them.

Spun out of a quant hedge fund, DeepSeek surprised the world in early 2025 by releasing DeepSeek-R1, an open-source model that rivaled OpenAI’s GPT-4 on reasoning and math, but with far less compute and cost.

This is notable because most top-tier AI models like GPT-4 are trained on massive datasets using huge clusters of high-end chips (like Nvidia H100s), which require immense financial and technical resources.

By contrast, analysts say DeepSeek-R1 has obtained similar capabilities with less processing power (e.g., GPUs), memory, and energy consumption at lower overall cost.

More simply, DeepSeek didn’t out-muscle OpenAI-it out-engineered it.

On its own, that would be enough to make Silicon Valley‘s kings of disruption sit up and take notice.

Even more remarkable than its performance, however, was DeepSeek’s ethos.

The company defied the stereotype of Chinese tech projects by being open, efficient, and globally minded.

In a stunning departure from the top-down control and secrecy that Chinese firms typically prize, DeepSeek released DeepSeek-R1 for free, meaning China didn’t just showcase its talent-it also undercut the premium business model of American tech giants OpenAI, Anthropic, and Google.

The move marked a shift in the nature of geopolitical salvos.

Beijing had swapped the blunt force of trade boycotts, sanctions, and market access leverage for something subtler: weaponized openness.

Remaking the World’s Digital Order

China didn’t unleash DeepSeek to democratize AI-it harnessed openness to further its agenda.

Free access to a frontier model like DeepSeek-R1 drives global adoption. Adoption builds ecosystems that generate data, trust, and influence.

If developers in Nairobi or Brasília build on DeepSeek instead of American models, China shifts from a competitor to the platform architect-shaping the foundation of next-gen intelligence.

In other words, DeepSeek doesn’t just challenge OpenAI’s pricing model. It strikes at a world order built on proprietary control and monetized access, offering instead a state-aligned, post-dollar alternative.

The play mirrors Beijing’s broader geopolitical campaign-with Moscow in tow-to fracture U.S.-led digital and geo-strategic dominance.

From BRICS expansion to the Digital Silk Road, China fuses technological exports with political counter-narrative of the West’s decline.

DeepSeek impresses as a technological achievement, but its soft-power utility may prove even more pivotal.

On the surface, its no-cost model looked like radical transparency.

In truth, it was a calculated strike in the digital arms race between great powers.

National Security and the AI Race

Washington sees AI as a “decisive enabler” in future wars.

Through strategies like the Third Offset and institutions like the Joint Artificial Intelligence Center, the Pentagon is racing to outpace rivals in autonomous weapons and battlefield decision-making.

US military planners know that in future conflicts, speed will decide victory.

AI gives commanders a real-time edge: faster decisions, smarter targeting, and autonomous systems that require minimal oversight. It also drives cyber defense, streamlines logistics, and transforms raw data into actionable intelligence at speeds no human can match.

But China is closing the gap-and DeepSeek may be its most potent counteroffensive yet.

Though DeepSeek presents itself as independent, its leadership has ties to the Chinese Communist Party and operates within a military-civil fusion framework-making its AI tools readily accessible to the military.

All of the above pose concerns for the U.S. However, the most worrisome is DeepSeek’s ability to circumvent chip sanctions.

DeepSeek achieved near-parity with top Western models by leveraging elite talent, national ambition, and lean engineering.

Its breakthrough undercut the core logic of Washington’s export controls: that restricting semiconductor access would slow China’s AI progress.

Instead, DeepSeek proved that Chinese firms can innovate around those barriers, turning sanctions into fuel for self-reliance.

In doing so, the tech firm didn’t just evade U.S. policy-it blew a hole through it.

If China can achieve world-class AI without bleeding-edge chips, sanctions won’t block progress-they’ll accelerate homegrown development.

So where does that lead us?

Back to the fact that there isn’t just one tech epicenter anymore.

And, in the Chinese model, technological advancement is not just economic-it’s a strategic pillar of state power, central to the Communist Party’s long-term ambitions.

As a rising national champ, DeepSeek will be expected to compete on the world stage, not just at home.

Its business goals must also be inseparable from state priorities, particularly Xi Jinping’s three-phase AI roadmap: catch up by 2020, lead in industry applications by 2025, and achieve global dominance by 2030.

The first milestone-closing the gap with global AI leaders-has largely been achieved.

Yet questions linger. DeepSeek lacks the institutional weight-size, capital, and brand power-that established giants like Baidu command. It’s been accused of siphoning user data. And its innovation, while clever, may be more replication than revolution.

Still, DeepSeek matters-immensely.

Its rise suggests the next frontier of AI leadership may emerge not from Palo Alto, but from a state-forged lab operating just outside-and in ideological sync with-Beijing.

In the global AI race, one outlier can redraw the map.

And in Zhongguancun, beneath red banners and the Party’s unrelenting gaze, they are engineering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