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자본주의 두 얼굴 [프랭크 파스퀘일]
워런 버핏은 이달 초 은퇴하며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1980년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 A 주식을 한 주 300달러에 샀다면, 지금 그 가치는 75만 달러를 넘는다. 반면, 같은 금액을 당시 5% 수익률의 채권에 투자했다면 현재 3000달러도 안 되고, S&P 500에 넣었다면 약 4만 4000 달러 수준이었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2025년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의 리더십에 10분간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정작 버핏 본인은 “애플 CEO 팀 쿡이 버크셔 해서웨이에 벌어다 준 돈이 내가 번 돈보다 많다”고 말했다. 가치투자의 대가가 빅테크에 경의를 표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정당하게 얻어진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버핏이 애플에 찬사를 보낸 그 주, 캘리포니아 법원은 정반대 평가를 내렸다. 에픽게임즈가 애플의 정책을 두고 제기한 소송에서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의 내부 문서에는 개발자가 다른 결제
2025.05.20 11:11
한국, 미·중 경쟁 너머 큰 세계 보라 [스티븐 알트먼]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각국 지도자들은 점점 더 복잡하고 불안정해지는 세계 질서 속에서 자국과 기업의 전략적 위치를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그 영향이 특히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국제 교류 현황을 최신 데이터로 파악하는 일은 정책 결정에 있어 필수적이다. 관련 데이터는 한국이 미·중 관계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에서 국가 전략을 구상해야 함을 시사한다. 필자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캐롤라인 바스티안 선임연구원과 공동 집필한 ‘DHL 글로벌 연결성 지표(Global Connectedness Tracker)’는 세계 각국의 국제 흐름을 다양한 영역에서 정기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다. 국가들의 국제 교류를 지정학적 관점에서 평가하기 위해 이 보고서는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가 개발한 지정학적 범주 체계를 활용한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다음의 다섯
2025.05.16 11:28
전쟁 없이 아시아를 잃고 있는 미국 [아딧야 신하]
1930년, 전 세계 혼란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할 수 있다고 믿은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을 통과시켰다.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장벽을 높이고, 일자리를 보호하며, 다른 국가들이 굴복하도록 강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전 세계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켜 보복 관세, 무역 붕괴, 분열 심화 등을 초래했다. 우방국들은 등을 돌렸고, 경쟁국들은 더 강해졌다. 1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는 혼돈에 빠졌다. 오늘날 미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에 처해 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예측 불가능한 세계의 규칙을 오로지 의지 하나만으로 재편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와 경제적 강압 하나하나가 중국으로부터 아시아 경제를 멀어지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은 아시아 경제가 오랫동안 필요로 했지만 미뤄왔던 구조적 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바로 미국 수요에 대
2025.05.12 11:14
딥시크 신드롬과 ‘제번스 역설’[크리스토프 앙드레]
2023년 9월 개장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최신 대형 공연장 스피어(Sphere). 세계 최대 규모의 구형 LED 스크린으로 지구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47,889채의 주택을 LED 조명으로 전환하여 에너지와 탄소 절감 효과를 거뒀다. 53,883평방미터의 LED를 사용했다. 이는 제번스의 역설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높이는 40층짜리 아파트와 비슷한 111m, 바닥 지름은 157m에 달한다. [MSG Sphere]지난 1월, 딥시크(Deepseek)가 출시한 대형 언어 모델(LLM) R1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금융 시장에도 충격을 안겼다.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 (GPT-o1)에 필적하는 성능의 LLM을 훨씬 낮은 비용으로 개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스푸트니크 모먼트’(Sputnik moment)에 비유하며 미국이 글로벌 AI 패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2025.05.07 11:30
글로벌 지정학 시험대 오른 비트코인[개릭 하일먼]
필자가 약 10년 전 암호화폐의 지정학적 함의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회의적이었으며 심지어 대놓고 무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2016년, 필자는 중국 인민은행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 질서를 흔들 전략적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채굴과 거래 모두에서 전세계를 압도하며 비트코인 생태계의 핵심 허브로 군림하고 있었다. 해당 논지는 필자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이자 금융 및 지정학 분야의 석학인 나이얼 퍼거슨(Niall Ferguson) 교수와의 논의를 거쳐 발전된 것으로, 비트코인이 기술적 호기심의 대상에서 국가 전략 도구로까지 진화할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공상에 가까운 주장처럼 들렸던 이 전망은, 이제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 2025년 3월이 되자, 예상과 달리 중국이 아닌 미국이 먼저 과감한 비트코인 비축 행보에 나섰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전략적 비
2025.04.29 11:36
관세보다 센 ‘新제조업 전쟁’ 온다[아서 허먼]
20세기 미국 경제사상계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1977년 출간한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이 겪었던 혼란의 정국을 다뤘다. 당시 미국은 인플레이션,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 베트남전 이후의 사회 불안, 뉴욕시 파산 위기까지 겹쳐 재난에 가까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후,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시 국가적 자부심을 되찾고 인플레이션을 잡았으며 본격적인 경제 회복에 들어갔다. 오늘날 그 ‘불확실성의 시대’는 전 세계가 함께 겪는 현실이 됐다. 이번엔 석유 금수 조치 때문이 아니다.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세계 경제 질서를 뒤집고, 관세를 무기로 중국의 무역·산업 지배력을 꺾으려는 미국 정부의 강경한 정책이 원인이다. 이 여파로 미국 채권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뿌리째 흔들렸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70
2025.04.23 11:43
관세 폭풍…높아지는 日 글로벌 리스크 [후쿠다 신이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간 일본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도요타와 소니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주요 산업국 가운데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매우 낮은 편에 속했다. 예를 들어, 2000년 일본의 총 수출은 GDP의 약 10.5%로, 이는 OECD 평균인 약 20.9%와 세계 평균인 약 23.5%에 크게 뒤떨어진 것은 물론, 미국의 약 10.7%보다도 약간 낮은 수치였다. 이는 당시 일본 내수 시장의 규모가 여전히 컸으며,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제조업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이 일본 내 판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수출 비중은 급격히 상승해 2014년에 17.4%, 2023년에 21.8%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기준 약 11.0%에 머물러 있는 미국의 수출 비중과 뚜렷한 대조세를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수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주요 배경에는 세 가지 구조적인
2025.04.17 11:15
트럼프 ‘관세 공식’, 두 가지 치명적 오류[웨이 상진]
최근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은 외부로부터 또 다른 충격을 받을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한 25%의 고율 관세가 바로 그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관세 발효일이 7월 9일로 연기되었지만 충격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이 타국의 금속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모든 제품에 145%를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에 큰 위안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대중 (對中)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타국 기업과 연결되어 있기에 이들 국가의 경제 약화는 곧 한국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본인이 촉발한 전세계 무역 전쟁을 전세계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원했는지, 만우절 다음 날까지 기다렸다가 관세를 발표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의도가 성공적이었다는 근거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가 말하는 ‘상호관세’는 사실
2025.04.15 11:33
관세폭탄보다 심각한 ‘마러라고 합의’<인위적 달러 약세 정책 추진> 실현 가능성 높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의 모든 국가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90일 연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을 명백히 표적으로 삼는 등 변덕스러운 움직임으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이것이 트럼프 경제팀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소식이 아닐 수도 있다. 무역 관세는 분명 해롭지만, 쉽게 해제될 수 있다. 관세의 인상과 철폐는 국가 간 신뢰에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지만, 금융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조치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미국처럼 개방된 자본 계정을 가진 국가들은 갑작스러운 신뢰 붕괴가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안정적으로 자본을 유치해왔으며, 이는 무역 적자의 규모 자체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미국은 자국의 무역 적자를 외국 자본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이 이에 대한 프리미엄을 요구해오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미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유지한 덕분이다. 이처럼 미국이 무역 불균형은 물론 과도한 재정 적자까지
2025.04.11 11:07
권위주의 지도자, 왜 갈수록 독재적으로 변할까 [카우시크 바수]
3년 전, 필자는 권위주의적인 성향이 조금이라도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 권위주의적 성향이 악화하고 결국 독재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지에 대한 연구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경제학과 심리학 이론에 기반한 이론적 글로, 제목은 ‘독재자의 변형: 왜 독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지는가(The Morphing of Dictators: Why Dictators get Worse Over Time)’였다. 필자는 이 논문을 한 학술지에 게재했고, 대부분의 연구 논문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이나 정치학을 공부하는 일부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점차 읽게 될 것이며, 수 년 뒤엔 그들 중 일부가 이 이론을 확장하거나 발전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빠르게 확산하고 민주주의는 점차적으로 침식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필자가 쓴 논문이 예상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논문이 주목받는 것은 일반적으로 연구자에게 기쁜 일이지만, 이번
2025.04.08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