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무한대인가 [지안루카 베니그노]
중앙은행은 현대 경제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선출되지 않은 기관임에도 통화정책을 책임지며, 이는 원칙적으로 인플레이션·고용·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역할을 신뢰받으며 수행하려면, 중앙은행은 단기적인 정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중앙은행의 독립성 개념 자체가 도전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충분히 빠르게 인하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최근에도 이런 요구를 반복하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임기 만료 전에 교체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시사했다. 이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연준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틀을 간단히 살펴본 뒤 독립성의 원칙을 구성하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두 가지 요소-‘책임성(accountability)’과 ‘효과성(effectiveness)’-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 글의 핵심 주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그 기관이 목표를 효
2025.08.06 11:3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암호화폐의 진보를 놓쳤다 [데이비드 크라우제]
2025년 여름, 포르투갈 신트라가 세계 화폐의 미래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의 중심지가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연례 포럼에서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뿐만 아니라 암호화폐(특히 스테이블코인)가 제기하는 존재론적 도전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들의 우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신 보고서와도 맥을 같이했다. 이 보고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과 그 체계적 위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담고 있었다. 암호화폐 혁신과 규제 실험에서 선두를 달리는 한국에 이 논의는 결코 학문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회의의 뿌리: 경제학자들의 초기 비판 대중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열정이 커질수록, 공공 부문의 회의론은 더욱 강해졌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틀렸는가. 아니면 수십 년 간의 화폐 이론에 기반한 그들의 비판이 최근의 사건들을 통해 오히려 입증되고 있는 것인가. 2008년 비트코인의 백서가 발표된 이후, 주류 경제학자들은
2025.07.30 11:37
트럼프는 왜 구리에 집착할까 [섀넌 브랜다오]
아프리카 해안에서, 크레인들이 메트로놈처럼 흔들리며 전 세계 무역의 리듬에 맞춰 움직인다. 컨테이너들은 기계적인 박자로 오간다. 선박들은 시계태엽처럼 항구에 들렀다 나간다. 그러나 이 매끄러운 군무 뒤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이 있다. 단지 시장 점유율이나 산업 우위를 두고 다투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세계를 잇는 전략적 통로와 보이지 않는 거점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통로들은 국경과 바다를 가로지르며 분쟁 지역의 광산에서 비밀스러운 정제소, 잊혀진 철도까지를 잇는 물류 생명선이다. 일부는 지도에 표시돼 있지만, 다른 일부는 코드와 부품 속에 숨겨져 있다. 지리적이든 체계적이든, 이것들은 세계 경제의 저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 제재’ 명목으로 부과한 50% 구리 관세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미국은 차세대 에너지로 가는 경로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고, 중국은 그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코발트와 구리’를 거의 봉쇄 직전까지 장악했다.
2025.07.22 11:10
美 지니어스법 통과…세계 금융 ‘앙시앙 레짐’ 붕괴 [데이비드 크라우제]
수년간의 규제 모호성으로 인해 기업과 투자자들이 주(州)별 규칙의 복잡한 조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상황에서,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포괄적인 연방 감독을 확립하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를 취했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혁신 유도 및 확립법(GENIUS Act·지니어스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초당적 지지로 의회의 양원을 통과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 획기적인 입법은 미국의 디지털자산 환경뿐 아니라 세계 금융 시스템 전반을 재편할 가능성을 지닌다. 이 타이밍은 더없이 중요하다. 디지털 화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전통적 결제 시스템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미국은 점점 더 디지털화하는 세계에서 통화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하는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니어스법은 이에 대한 미국의 해답으로, 달러를 ‘선호되는 디지털 기축통화’로 자리매김시키는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부문 내 혁신을 촉진하는
2025.07.18 11:23
한국 경제, 지속 성장을 위한 세 가지 요소[크리스토프 앙드레]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는 한국 경제에 매우 도전적인 시기에 시작됐다. OECD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GDP 성장률은 2024년 2.1%에서 2025년 1%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둔화는 단기적인 요인들-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어려움으로 인한 건설 경기 침체와, 대선 직전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하락에 따른 민간 소비 부진 등-에서 일부 기인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향후 전망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은 해외 수요를 위축시키고, 지정학적 긴장은 투자 결정과 공급망 관리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외부 충격은 한국이 이미 직면한 고령화의 가속화라는 구조적 문제 위에 겹쳐지는 상황이다. OECD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대 후반이면 GDP 성장률이 0%에 도달할 수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2025.07.17 12:15
소버린 AI: AI패권의 새로운 최전선 [루먼 초두리]
AI는 공공재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일부 지역에 한정된 빅테크 기업들이 지배하는 기술이어야 할까? ‘소버린 AI(Sovereign AI)’-각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부상은 디지털 시대의 권력, 자율성, 정체성에 관한 절박한 질문들과 씨름하고 있는 세계의 현실을 반영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력 과시를 넘어, 깊은 지정학적 불안, 경제적 야망, 문화적 과제를 반영한 흐름이다. 지정학적 지형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은 기술이 이제 글로벌 권력 투쟁의 최전선임을 분명히 했다. 이 사이에서 소외되기를 우려한 중소국가들은 자국의 AI 역량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예컨대 브라질과 인도는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이 자국의 안보와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전역에서도 국가 전략은 점점 AI 주권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는 단지
2025.07.09 11:36
원자력, 한국 AI 데이터센터 혁신의 초석 [야코포 본지오르노]
데이터센터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은 한국의 에너지 인프라에 막대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과학 분야에 7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세운 만큼, 이에 상응하는 실용적이고 과감한 에너지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그 해결책의 중심에는 반드시 원자력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원자력은 한국 에너지 안보의 초석이었다. 안정적이고 저렴하며 청정한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한국의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과 기술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왔다. 원자력을 통해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이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경제 성장의 동력이 돼왔다. 이러한 가격 안정성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한국의 수출 중심 산업이 견딜 수 있도록 도왔다.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것 이상의 가치도 있다. 원자력 산업은 수천 명의 한국인에게 높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고소득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요 고용원이기도 하다. 이 산업은 고급 공학, 재료 과학
2025.07.01 11:33
AI 빅테크 원자력 ‘러시’[아서 허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던지던 질문은 “AI가 우리 삶의 방식을 얼마나 뒤흔들 것인가?”였다. 하지만 이제 전문가들의 질문은 거꾸로 “우리의 삶의 방식이 AI를 방해하게 될 것인가?”-적어도 그 발전과 성장에 제약을 주게 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기존 전력망이,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최적 수준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10년 동안 AI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량과 기술 발전 수준을 달성하기는 커녕,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데조차도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수요는 혁명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머신러닝, 자동화, 데이터 분석 분야의 발전은 기업들로 하여금 운영을 간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특히 금융과 의료와 같은 분야에서 고도로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AI 도입을 강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 리서치(Gra
2025.06.25 15:49
호황 누리는 일본 부동산 시장[후쿠다 신이치]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장기간 침체됐던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들어 호황을 보이고 있다. 거래 규모는 급증해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공시지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대도시권의 평균 지가 상승률은 주거용 토지가 3.3%, 상업용 토지가 7.1%에 달했다. 모든 주요 도시권에서 지가 상승률이 가속화했으며, 특히 도쿄 중심부의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는데, 지난 10년간 평균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최근 신축 콘도(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버블 경제 당시의 비정상적인 지가 수준을 이미 초과한 상태다. 도쿄 중심부의 신규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고층 건물에 대한 규제 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용적률 및 일조권 규제 등 다양한 제약으로 고층 아파트 건설이 엄격히 제한됐지만, 1997년 건축기준법 개정으로 고층 주거지역이 도입되면서 해당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이에 따라 주요 개발
2025.06.24 11:30
‘스테이블코인·CBDC’ 결합…통화주권 시험대 [데이비드 크라우제]
한국의 새 대통령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에 국가의 금융 미래를 걸고 있다. 이는 극적인 정책 전환으로, 한국 금융 당국간 규제 권한 다툼을 촉발하고 있다. 6월 3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오랜 친(親)암호화폐 옹호론자답게 자신의 공약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의 취임 일주일 만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Digital Asset Basic Act)’을 발의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합법화를 명시하고, 규제 권한을 한국은행(BOK)에서 금융위원회(FSC)로 이관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정책 전환의 시급성은 숫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 투자자들은 2025년 1분기에만 406억달러 상당의 디지털 자산을 해외로 이전했다. 이 중 절반이 테더(USDT), 서클(USDC)과 같은 해외 스테이블코인에 투자됐다. 3월까지 국내 5개 거래소에서 거래된 이들 해외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57조원에 달했다. 이 대통령이 말한 ‘
2025.06.23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