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전략 없는 기업 도태된다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항공사 마일리지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다. 사실상 그것은 일종의 사설 화폐다. 항공사가 이 마일리지를 발행하고, 환율을 통제한다. 이 환율은 항공사가 마음대로 평가절하할 수 있으며, 신용카드 파트너사에 수십억 달러어치로 판매된다. 많은 항공사에 이 고수익 금융 사업은 비행기를 띄우는 본업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다. 비슷한 이야기는 커피숍에서도 벌어진다. 스타벅스는 애플리케이션에 고객 예치금 19억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열성적인 카페인 애호가들로부터 받은 무이자 대출과 다름없다. 이들 기업, 그리고 수많은 다른 기업들은 중요한 진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고객의 신뢰를 얻으면, 논리적인 다음 단계는 은행이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사설 화폐 생태계는 폐쇄적인 ‘정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다소 과장된 이름의 규칙집 같지만, 그 벽을 허물고 있다. 이 법안은 인터넷 기반 달러를 만드는 명확한 정부 승인 절차를 제공
2025.09.16 11:34
중국의 위협, 흔들리는 한국 첨단산업 [로버트 앳킨슨]
한국은 조선, 가전,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배터리 등 주요 첨단산업에서 중국과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강력한 국내 정책이 필요하다. 과거 시행했던 투자세액공제를 부활시키고, 미흡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동맹국들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특히 불공정하고 중상주의적 방식으로 생산된 중국의 첨단 제품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첨단산업은 다른 산업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규모가 곧 경쟁력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클수록 비용 구조는 낮아지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본도 늘어난다. 반대로 점유율을 잃으면 고정비 부담은 그대로 남아 비용이 증가하고, 투자 여력은 줄며 경쟁력은 약화된다. 혁신적인 돌파구가 없으면 급격한 축소나 몰락
2025.09.03 11:15
소화불량에 걸린 중국 [배리 아이켄그린]
중국 지도부는 수년간 소비 촉진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전은 매우 미미했다. 이제 중국 경제가 버티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이 시급하게, 그리고 대대적으로 가속화되어야 한다. 중국의 산업 설비 투자와 수출 중심의 생산 모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한때 145%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대중 관세는, 베이징이 희토류 광물 수출 제한을 위협하자 여전히 타격이 큰 30%로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율을 향후 90일간 유지한 채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 정책 흐름을 보면, 관세 인하를 크게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이미 급격히 줄었으며, 2025년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마지막 2년 동안 이미 이어져온 감소세에 더해진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회 수출 길마저 차단하며, 제3국 조립·환
2025.08.27 11:09
제도권 진입 스테이블코인,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정식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업계에 중대한 전환점이며, 앞으로 우리는 이를 스테이블코인의 본격적인 대중 채택 직전의 변곡점으로 회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단 하나의 미국 법률 통과가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남아 있을까. 미국에서 창업가, 투자자, 그리고 소비자 옹호단체까지 수년 동안 암호화폐 분야의 규제 명확성을 요구해 왔다. 이전 행정부는 이 기술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게리 겐슬러가 선호한 ‘집행을 통한 규제’ 기조에서 잘 드러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적대적인 분위기보다, 명확한 규칙의 부재가 불법 행위자들이 합법적 사업자들과 뒤섞여 활동하도록 방치했고, 이는 업계가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로 하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그 공백이 남긴 대가는 테라·루나 붕괴 사태에서 뼈저리게 드러났다. 창업자 권도형은 몬
2025.08.22 11:45
트럼프는 왜 인도를 손절했나[웨이 상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인도를 “죽은 경제(dead economy)”라고 규정하며, 인도산 대미(對美) 수입품에 대해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인도의 불공정 무역 장벽에 대한 보복이고, 나머지 절반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에너지 제품 수입에 대한 제재 차원이다. 그러나 인도는 동시에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로도 평가받으며, 러시아와 미국 모두와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외교력은 상업·전략적 이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인도 경제는 ‘죽은 것’일까, ‘역동적인 것(dynamic)‘일까? 삼성, SK,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과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죽은 경제’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인도의 높은 수입 장벽에 따른 비효율성을 가리킬 수도, 외국인 직접투자(FDI) 기업들이 인도에서 겪는 관료적 규제를 의미할 수도 있
2025.08.19 11:11
일본 ‘제노포비아’ 확산[후쿠다 신이치]
지난 7월 20일, 일본은 참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선거 결과 외국인 노동자 수의 증가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큰 성과를 거뒀다. 특히 극우 성향의 군소정당인 참정당(Sanseito)은 의석 수를 크게 늘렸다. 참정당은 외국인 노동자 배제를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지만, 감소하는 노동력을 값싼 외국인 노동력으로 대체하려는 발상은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수용을 제한하고, 이들의 영주권 및 가족 초청을 규제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외 언론은 이러한 산세이당의 부상에 놀라움을 표하며, 일본 국민 사이에 ‘우경화’ 경향이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1995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면서, 일본은 대체 노동력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최근 수년간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일본 출입국재류관
2025.08.12 11:27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무한대인가 [지안루카 베니그노]
중앙은행은 현대 경제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선출되지 않은 기관임에도 통화정책을 책임지며, 이는 원칙적으로 인플레이션·고용·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역할을 신뢰받으며 수행하려면, 중앙은행은 단기적인 정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중앙은행의 독립성 개념 자체가 도전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충분히 빠르게 인하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최근에도 이런 요구를 반복하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임기 만료 전에 교체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시사했다. 이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연준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틀을 간단히 살펴본 뒤 독립성의 원칙을 구성하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두 가지 요소-‘책임성(accountability)’과 ‘효과성(effectiveness)’-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 글의 핵심 주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그 기관이 목표를 효
2025.08.06 11:3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암호화폐의 진보를 놓쳤다 [데이비드 크라우제]
2025년 여름, 포르투갈 신트라가 세계 화폐의 미래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의 중심지가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연례 포럼에서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뿐만 아니라 암호화폐(특히 스테이블코인)가 제기하는 존재론적 도전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들의 우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신 보고서와도 맥을 같이했다. 이 보고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과 그 체계적 위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담고 있었다. 암호화폐 혁신과 규제 실험에서 선두를 달리는 한국에 이 논의는 결코 학문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회의의 뿌리: 경제학자들의 초기 비판 대중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열정이 커질수록, 공공 부문의 회의론은 더욱 강해졌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틀렸는가. 아니면 수십 년 간의 화폐 이론에 기반한 그들의 비판이 최근의 사건들을 통해 오히려 입증되고 있는 것인가. 2008년 비트코인의 백서가 발표된 이후, 주류 경제학자들은
2025.07.30 11:37
트럼프는 왜 구리에 집착할까 [섀넌 브랜다오]
아프리카 해안에서, 크레인들이 메트로놈처럼 흔들리며 전 세계 무역의 리듬에 맞춰 움직인다. 컨테이너들은 기계적인 박자로 오간다. 선박들은 시계태엽처럼 항구에 들렀다 나간다. 그러나 이 매끄러운 군무 뒤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이 있다. 단지 시장 점유율이나 산업 우위를 두고 다투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세계를 잇는 전략적 통로와 보이지 않는 거점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통로들은 국경과 바다를 가로지르며 분쟁 지역의 광산에서 비밀스러운 정제소, 잊혀진 철도까지를 잇는 물류 생명선이다. 일부는 지도에 표시돼 있지만, 다른 일부는 코드와 부품 속에 숨겨져 있다. 지리적이든 체계적이든, 이것들은 세계 경제의 저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 제재’ 명목으로 부과한 50% 구리 관세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미국은 차세대 에너지로 가는 경로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고, 중국은 그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코발트와 구리’를 거의 봉쇄 직전까지 장악했다.
2025.07.22 11:10
美 지니어스법 통과…세계 금융 ‘앙시앙 레짐’ 붕괴 [데이비드 크라우제]
수년간의 규제 모호성으로 인해 기업과 투자자들이 주(州)별 규칙의 복잡한 조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상황에서,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포괄적인 연방 감독을 확립하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를 취했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혁신 유도 및 확립법(GENIUS Act·지니어스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초당적 지지로 의회의 양원을 통과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 획기적인 입법은 미국의 디지털자산 환경뿐 아니라 세계 금융 시스템 전반을 재편할 가능성을 지닌다. 이 타이밍은 더없이 중요하다. 디지털 화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전통적 결제 시스템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미국은 점점 더 디지털화하는 세계에서 통화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하는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니어스법은 이에 대한 미국의 해답으로, 달러를 ‘선호되는 디지털 기축통화’로 자리매김시키는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부문 내 혁신을 촉진하는
2025.07.18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