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미·일 동맹 진화가 한·미 동맹에 던지는 과제
지난 11월 초 미국·인도·일본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가 참가하는 ‘말라바르 연합훈련’이 시행됐다. 원래 훈련은 미국과 인도 간 연례적으로 실시된 것인데 일본이 2007년 이후 참가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오스트레일리아 해군도 참가해 4개국 연합해상훈련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말라바르 훈련이 실시되던 10월 말과 11월 초 미·일 양국은 4만6000명 규모의 양국 병력 및 항모 3척이 참가하는 ‘킨소드 훈련’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이같이 최근 일본은 동맹국 미국은 물론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유하는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 그 밖에 영국과 프랑스 등 각국과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거나 방산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 매체들은 일본의 동향을 ‘군국주의 회귀’ 등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를 받았던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일
2020.11.25 11:38[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미·중 패권경쟁시대의 국제전략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 핵공격 대피 민방공훈련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미소 간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핵 방사능 낙진 피해 방지를 위해 운동장 구석에서 비닐 마스크를 쓰고 대피하는 훈련을 종종 했다. 필자의 부모세대는 6·25전쟁 피난길에 오르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고, 그 윗세대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치하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20세기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의 삶에 엄습한 이러한 풍경들은 크게 보면 강대국 간 패권경쟁이 빚어낸 것이다.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국력을 증강하면서 기존 강대국들에 도전한 것이 러일전쟁, 중일전쟁,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이었고, 그 와중에 한반도가 제국주의 침탈을 받았다. 미소 냉전 초기 소련의 지원 약속을 믿고 분단된 한반도를 통일하겠다고 북한이 도발한 것이 6·25전쟁이다. 강대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패권경쟁을 할 때마다 한반도는 주요 무대가 되어 왔다. 21세기에도 그러한 지정학
2020.10.28 11:31[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의 안보외교 전략
중국 외교관 위안난성(袁南生)이 발표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위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재 총영사를 지내고 현재는 중국 외교학원에 재직하고 있는 베테랑 외교관이다. 그는 수천년간 중국 외교가 복수의 적과 대치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해왔고, 사방에서 복수의 적과 대치하는 것을 최악의 외교전략으로 간주해 왔다고 한다. 예컨대 의화단의 난이 발생했을 때 당시 청국의 잘못된 판단으로 러시아, 영국, 미국, 일본 등의 개입을 초래했고 결국 베이징이 함락되는 수모를 겪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사례도 인용하며 태평양 개전 직전 인도차이나반도에 무력진주한 결과 미국, 영국, 중국, 네덜란드 등 소위 ‘ABCD포위진’이 구성돼 일본을 결국 패퇴시킨 역사도 상기시켰다. 그의 글은 현재 중국이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면서 미국뿐 아니라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 및 유럽 국가들과 대립하게 된 상황을 비판하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중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2020.09.29 10:43[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유엔군사령부와 한국 외교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영국 연방 오스트레일리아 연대 제3대대 소속 스미스(W.S. Smith) 이등병, 1951년 2월 4일 전사, 향년 21세. 학회 참석차 내려간 부산에서 잠깐 짬을 내어 들른 남구 대연동 소재 유엔기념공원에서였다. 한창 꽃다운 나이에 이름도 몰랐을 머나먼 이국땅에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외국 장병들의 묘비명이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몇년 전 시드니와 캔버라를 방문했을 때 그곳 거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싱그러운 청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외에도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등 11개국 참전용사 2309명이 그곳에 잠들어 있었다. 새삼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유엔군 일원으로 참가한 이들의 헌신과 희생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결정적인 힘의 하나가 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엔기념공원 내력을 보니 이곳이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2020.08.26 11:25[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미·중 간 신냉전시대의 ‘전략적 자율성’
지난 7월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닉슨도서관에서 한 연설은 트럼프 행정부 발족 이래 강경 기조로 변화돼온 대중 전략의 결정판이 아닌가 생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냉전시대 닉슨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중 관계 정상화는 중국을 국제사회에 관여시키려는 목적으로 실시됐지만 지금의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전체주의 체제의 성격을 드러내고, 대외적으로는 공산주의 이념을 확대해 글로벌 헤게모니를 추구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미국은 기존 대중 정책을 변경해 불신하면서 검증하는 태도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미국의 정책에 나토 국가들과 G7 및 G20 국가들이 경제력과 외교력, 그리고 군사력을 결집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2018년 10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허드슨연구소 연설을 통해 대중 정책 전환을 주장했다. 지난해 6월에는 미 국방부에서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로 묘사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20.07.29 11:10[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북한의 경한중미(輕韓重美) 전략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에 해마다 외국군 고위급 장교들이 1년간 연수하러 온다. 이 중 인도와 파키스탄 장교들과 대화하다 보면 핵 보유국의 자존감이 느껴질 때가 적지 않다. 몇 년 전인가, 이 중 한 명이 필자에게 ‘한국은 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냐’고 의아한 듯 질문을 던졌다. 핵무기를 보유하면 국방태세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굳이 다른 동맹국에 안보를 의존할 필요도 없는데 한국은 왜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냐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마당에 국제적인 명분도 있지 않냐고 첨언했다. 그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기억하지만 새삼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군인들이 갖는 자존심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행하며 수소탄까지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장 국가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대외 정책에도 이를 보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핵탄두와 운반 수단으로써 미사
2020.07.01 11:36[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한일관계 타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국제정치학, 그중에서도 국제안보 문제를 연구해온 필자는 한국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일본과 관계를 협력적으로 갖고 가야한다고 생각해왔다.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가 선택해온 안보 정책은 자주국방 태세 강화, 이를 토대로 한 대북 억제 태세 강화 혹은 남북 협력 촉진, 한·미 동맹 발전,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협력적 질서 구축 등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4가지 축을 원활하게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양호한 한·일관계 유지가 필수요건이라 생각한 것이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미·일 동맹의 후방 지원 역할을 도외시할 수 없고, 이 경우 한·일 간 안보 협력이 불가피하다.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협력질서 구축에서도 중국·러시아도 물론이지만 특히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질서를 공유하는 일본과의 협력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추진 과정에서도 북·미 관계 정상화는
2020.06.03 11:21[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코로나 세계대전에서 승전하려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20년간에 걸친 대테러전쟁 사망자는 물론 베트남전쟁 사망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전시 대통령(wartime president)’이라고 자칭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적대세력에 국가의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 싸워야 하는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로 촉발된 인명 피해와 경제 및 사회적 피해가 제3차 세계대전과 같은 양상이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린 것은 적절한 상황 인식으로 보인다. 초기 단계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적 통제와 헌신적 의료진의 노력 속에 효율적으로 대응했지만 앞으로 코로나19는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연쇄적으로 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총리를 정점으로 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설치를 지시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추진 등을 주문한 것도 앞을 내다보는 선제적 대
2020.05.06 11:24[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가공동체
10여년 전 미국에서 안식년 연수를 보낼 때의 일이다. 아이가 공립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아침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사회적 계약이라는 명칭의 선서를 낭독하곤 했다. 5개 항목으로 된 선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성공을 거두기 위해 ①우리는 개인적 최선을 다한다 ②타인과 나 자신을 존중한다 ③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진다 ④안전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⑤우리의 풍부한 다양성을 환영한다.” 메이플라워호가 처음 도착했던 동부 지역 초등학교에서 매주 이러한 문서가 낭독되는 것을 들으면서,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건너와 미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게 된 정신이랄까, 사회적으로 공유된 원칙을 체감했다.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하면서도, 타인이 지닌 다양성도 존중하는 공동체를 안전하게 건설하려는 것이 미국의 탄생 근저에 흐르는 사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민주주의국가도 이러한 정신에 바탕해 형성되지 않았을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됨은 물론,
2020.04.01 11:28[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코로나바이러스와 국가위기관리 체제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에서 가장 역점을 둬 교육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폴밀게임(POLMIL GAME), 즉 정치군사 모의게임이다. 1년간 연수생으로 입학하는 정부 각 부처 고위공무원과 육·해·공군 대령급 장교들로 모의 국무회의를 구성하고, 국가안보 문제에 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공해 토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시나리오에는 국가 간 무력충돌과 같은 전통적 안보 상황이 담겨져 있기도 하지만 환경오염이나 사회적 재난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 상황이 설정되기도 한다.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국제관계,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팀을 이뤄 몇 달간 토의를 거치는 것이 다반사다. 폴밀게임은 원래 미국 국방대학과 해군대학 등에서 개발됐다. 전쟁이나 경제공황 등 실제 국가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관료와 군인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부처 간 협업으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고안됐다. 한국 국방대도
2020.03.04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