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5060도 ‘보피 알바’…감쪽같은 사업자등록증에 속는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④ 58년생 정씨, 교도소에 들어가다 정일훈(63·남) 씨는 7년을 울산의 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보온공’으로 일했다. 집채만 한 배 속에 씨줄 날줄로 퍼진 배관에 보온재를 붙이는 노동이었다. 선박을 기어다니다시피 하면서 보온재를 덮는 건 고역이다. 그래도 일감은 풍부했고 꾸준히 소득이 들어왔다. 몇 년 전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호시절은 끝났다. 하청업체를 나와 일용직으로 보온공 일을 이어갔지만 일거리가 부족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화물차 운전, 인체실험, 쿠팡 배송…. 그는 눈여겨본 구직 공고 목록을 작성했다. 거기엔 ‘SBI솔루션’도 적혀 있다. 생활정보지 ‘교차로’에서 유심히 봐둔 업체명이었다. SBI솔루션의 채용담당자는 정씨와 연락하면서 “채권 추심업무”라고 소개했다. 사채를 끌어와서
2021.10.19 15:23
“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③ 박희정(53·가명) 씨, 보이스피싱 피의자 김진석(22·가명) 母의 기억 “엄마, 알바 잡았어!”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며 안방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며칠 전 입대를 앞두고 게임만 하는 아들이 답답해 “군대 가기 전에 사회 경험이라도 쌓아라”라며 윽박질렀던 터였다.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입을 비쭉거렸다. 작년 초만 해도 코로나 확산 초기였기에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공고는 지게차 운전, 냉동창고 작업 등이 전부인지라 선택지가 없었다. 아들이 구했다는 일은 “대금을 회수하는 대부업체 사무직”이라고 했다. 대부업이라니…. 영화 속 깡패가 떠올라 아들의 등짝을 후려치곤 “그런 거 하다 칼빵 맞는다”며 눈에 쌍심지를 켰다. 아들은
2021.10.18 17:31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② 보이스피싱 대면편취, 기만의 ‘삼각구조’ #1. 2020년 4월 14일 주부 정현옥(61·가명) 씨는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KB국민은행 김이호 과장입니다. 코로나 관련해서 저금리 상품이 새로 나왔습니다. 연 2.2% 금리에 최대 3500만원까지 대환대출 가능 하십니다.” 솔깃한 제안을 정 씨는 덥썩 물었다. 국민은행 직원은 신용조회를 운운하며 문자로 은행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겠으니 설치하고 기본정보를 입력하라고 안내했다. 정 씨는 그대로 따라했다. 다시 김이호 과장이 전화를 해왔다. “조회했더니 하나은행에 대출이 있으시네요. 일단 1000만원을 상환해서 신용도를 높여야 우대조건으로 대출 이용 가능 하세요. 저희 직원 보낼테니 상환금 보내시면 저희가 빠르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2. 2020년 4월 16일 [Web발신] (
2021.10.16 16:31
[단독]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① 보이스피싱은 암(癌)과 닮았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다가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든다. 그러면 기존 치료제는 약발이 받질 않는다. 암세포는 스멀스멀 퍼져나간다. 암을 ‘진화하는 생명체’라고 부르는 이유다. 보이스피싱이란 사기범죄도 한국에 처음 보고된 이후로 돌연변이를 만들면서 환경에 대응했다. 정부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대응했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이유다.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엔 보이스피싱 범죄가 또 진화했다. 전염병이 퍼지며 비대면은 일상의 기본양식으로 자리잡았지만 보이스피싱 만큼은 ‘대면’이 대세가 됐다. 피해자를 직접 만난다. 패러다임이 바뀐 셈이다. 그러면서 ‘심부름꾼’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받았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이들을 ‘현금 수금책’이라 부른다. 보이스피싱의 수뇌부는 음지로 더 숨
2021.10.15 07:02
[단독]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 공범이 된 청년들] - 프롤로그 “아버님, 저도 여러 번 전화했는데 다원(가명)이가 안 받네요.” 막역한 친구의 전화도 받질 않았다. 아버지 김정길(64·가명) 씨는 이미 수십번 전화를 했던 터였다. 응답 없는 전화. 아들이 사라졌다. 보이스피싱 공범 혐의로 열릴 재판을 열흘쯤 앞둔 올해 2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들이 혼자 살던 경기도 고양의 원룸은 반듯하게 정리돼 있었다. ‘얘가 혹시 잘못 생각한 건 아닌가….’ 무서운 생각이 김씨의 머릿속에 번졌다. 아들은 아버지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2월 말 경상북도 상주의 어느 편의점에서 담배와 딸기우유를 산 기록이 남았다. 상주는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곳이다. 온 가족이 상주를 뒤졌지만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3월 11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피 말리는 시간들. 4월 말에서야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주에서도 주민이 가장 적
2021.10.14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