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정규직의 임금 인상 자제 등 양보를 통한 ‘중향평준화’ 주장은 비정규직만 늘리는 ‘하향평준화’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20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제시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방안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2일 “고임금을 받는 상위 몇 %의 정규직 근로자들의 양보를 대안으로 제시한 ‘중향평준화’ 주장은 단지 윗선에 있는 정규직의 처우나 임금 수준을 끌어내려 비정규직과 맞추려 한다는 점에서 ‘하향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수준의 근로자만 더 늘어날 수 있어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와는 먼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약기간 2년 이상 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대기업 정규직 등 상층 근로자들의 양보와 특권, 과보호 폐지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위 정규직이 임금, 복지 혜택 등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이란 정부 방침과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상층에 있는 정규직의 양보로 하층 비정규직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노동시장 격차 해소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생 협력도 중요하지만 임금, 복리후생 등 정규직과 불합리한 차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 4월 2년 이상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복리후생 등에서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계약이 만료된 기간제 근로자 70%는 그만두거나 이직했다. 반면 계속 고용된 근로자는 11%, 정규직 전환은 15%에 그쳤다. 특히 기간제 근로자의 평균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약 60%에 불과하다.

이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려면 상시ㆍ지속적으로 일을 한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해당 업무가 상시, 지속된다면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야 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려면 이들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