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상장 계획을 밝힐 때만 해도 올 상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호텔롯데가 예상과 다른 전개를 맞고 있다. 공모가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 일면서 흥행 실패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데다, 면세사업부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검찰 수사가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영향을 준다면 호텔롯데의 가치도 떨어질 수 있어, IPO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결국 돌고 돌아 서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형태다.

검찰은 지난 2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을 위해 신 이사장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 IPO를 앞둔 기업에 검찰 수사가 들이닥친 것은 민감한 사안이다. 마침 지난달 30일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IPO 설명회까지 연 직후였다.

호텔롯데와 상장 주관사단은 이미 상장 검토 과정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위험도 검토하고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까지 해둔 만큼 검찰의 압수수색 등이 상장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호텔롯데 측과 주관사단은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당사는 당사가 운영하는 면세점 내의 브랜드 입점 절차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갖추고 운영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전ㆍ현직 임직원이나 관련 협력업체의 부정으로 인해 면세점 운영의 투명성 및 공정성에 이슈가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곧 당사의 명성 및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는 조항을 넣었다.

호텔롯데와 주관사 측은 면세점 입점은 로비로 결정되기 힘든 구조여서, 회사 전체에 불똥이 튀는 일은 없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면세사업부 대표가 나서 IPO 설명회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호텔롯데 측의 여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핵심 사업부가 검찰 수사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호텔롯데 상장에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는 당초 몸값이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지난달 IPO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뚜껑을 열어보니, 몸값은 13조~16조원 상당으로 떨어진 상태다.

호텔롯데 기관투자가나 일반 청약자, 우리사주조합 등을 상대로 4785만주를 공모한 후, 오는 29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상장 예정 주식은 모두 1억3655만주다.

롯데 측은 희망공모가를 주당 9만7000~12만원 상당으로 정했다. 공모 금액은 4조6400억~5조7400억원 수준. 호텔롯데가 제시한 회사의 총 영업가치는 12조9230억원이다. 올 1분기 실적에 4배를 해 연환산을 한 수치를 60%로 잡고, 지난해 실적을 40%로 반영해 산출한 것이다. 주요 수익원인 면세사업부의 가치는 호텔신라의 평균 세전이익 대비 기업가치를 적용, 12조480억원으로 산출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방식의 영업가치 산정에 거품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제시한 영업가치 산정에는 연매출 6000억원 규모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폐점이나 올해 극심해진 면세점 시장의 경쟁 등에 대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한다는 소식과 더불어 부활하게 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이 역시 네이처리퍼블릭과 관련한 의혹에 발목이 잡힌다면 여의치 않게 된다. 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기준에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 경쟁을 해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입찰 참여를 제한하게끔 되어 있다. 롯데가 월드타워점을 놓친다면 그 손실은 매우 크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 중 13%를 담당한 점포다.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 산정에도 큰 역할을 하는 점포로, IPO 흥행 여부와도 맞물려 있는 모양새다.

호텔롯데는 오는 15일과 16일에 수요예측을 거쳐, 21~22일에는 공모청약, 24일 납입 완료 등의 계획대로 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상 밖 악재를 딛고 계획대로 증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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