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참사’ 빈소 찾아가 보니

“나도 죽을 뻔 했어요, 형.”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19) 씨의 빈소가 지난 1일 건국대병원에 마련됐다. 김 씨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은 영정사진이 됐다. 빈소를 찾은 김 씨의 동료 직원들은 불과 일주일 전, 한달 전에 각각 비슷한 사고를 당할 뻔 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모두 20대 초반의 비정규직 청년들이었다.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동료 직원 A 씨는 “5월초 어느날 오후였다. 당고개역에서 무슨 선이 잘려 나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수리를 한창 하고 있는데 열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여주는 전광판 있지 않나? 그게 고장나 있었다. 그때는 운이 좋게 2명이 같이 근무를 할 수 있어서 같이 일하던 분이 소리를 질렀다. 얼른 비키라고. 그래서 간신히 살 수 있었다”고 했다.

A 씨는 “그리고 나서 김 씨랑 다른 형들 만나서 농담 삼아 말했다. ‘나 오늘 죽을 뻔했어요’ 하고 말이다. 그만큼 우리는 여기에 무뎌진거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빈소를 찾은 B 씨는 “더 무서운 것은 이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는 거다. 우리들도 저 이야기를 듣고 ‘아 진짜?’ 하고는 놀라지도 않는다. 그냥 ‘조심 좀 하지 그랬어’ 하고 넘어간다”고 했다.

여드름 자국이 남아 소년티를 채 벗지 못한 동료 직원 C 씨는 “문제는 또 있다. 일명 ‘입고 차량’ 이라고 하는 게 있다. 러시아워 시간에 차량 사이 사이에 추가로 투입하는 게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신호가 잡히지도 않는데 불쑥 차량 기지에서 나온다. 불도 다 끄고, 그냥 뭣도 모르고 가는 거다”고 했다.

B 씨는 “지난주 청량리에서 동료 직원 5명하고 점검을 하고 있었다. 저 친구 말대로 나도 아무것도 모르고 작업하고 있다가 역 가까이 지하철 들어와서 구내 방송으로 열차 곧 도착한다는 것 듣고 간신히 살았다”고 했다.

서울메트로의 해명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A 씨는 “이번에 김 씨가 관제소에 제대로 신고만 했으면 전동차 운행이 멈췄다는 식으로 해명을 했다”며 “그런데 내가 지금 못해도 200건은 넘게 스크린도어를 고쳤는데 단 한번도 전동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하다 못해 기관사들이 역에 진입하면서 경적을 울린다거나, 속도를 줄인다거나 하는 경우도 드물다”며 “수칙들 잔뜩 만들어 놓고 하나라도 안지키면 ‘직원이 규정 안 지켜서 죽었다’ 이런식으로 떠 넘기기만 한다”고 했다.

C 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지금 스크린도어 고치는 업무를 한지 7개월이다. 그런데 죽을 뻔한 경험은 이렇게 전부 있다. 만약 그게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둘 중 하나다. 이 일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일하다 죽거나….”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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