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요즘 20~30대 여성들을 완전히 사로잡은 드라마가 한 편 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인 ‘또 오해영’이다. 이미 tvN 월화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7.8%)를 기록하는 신기록도 세웠지만, 드라마의 체감인기는 숫자를 뛰어넘고 있다.
‘또 오해영’은 흥미로운 드라마다. 동명이인 때문에 인생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상을 그렸다.
여주인공 오해영(서현진)은 일, 연애 등 모든 삶의 순간들이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로 난항을 겪는다. 사실 서현진이 연기하는 여주인공 오해영은 지극히 평범한 여자다. 김태희 같은 얼굴은 아니지만 흠 잡을 데 없는 외모, 유달리 스펙이 좋은 건 아니지만 기 죽지 않을 정도의 스펙, ‘자기 과시’ 능력이 없어 승진에선 미끄러지지만 엄연한 대기업 대리다. 버는 족족 식물인간이 된 동생 병원비에 올인(MBC ‘운빨 로맨스’ 심보늬)할 정도로 삶의 무게가 버겁지도 않고, 원고료 대신 김 세트를 받으며 월세비 메우기에 급급(tvN ‘식샤를 합시다’ 백수지)한 고단한 청춘도 아니다. 굳이 자신을 특정 계급에 끼워넣으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이유는 없는 삶이다.
‘또 오해영’은 다만 잘난 동명이인 덕에 사춘기 시절 트라우마를 겪은 한 여자의 평범한 삶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트라우마는 드라마 안에서 많은 캐릭터를 통해 부각된다. 곱씹을수록 불편한 캐릭터들이다.
평범한 오해영은 동명이인으로 인해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학창시절 예쁜데,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 하는 ‘오해영’ 덕에 ‘그냥’ 오해영이라고 불렸다. 스스로 규정한 수사는 아니었다. “학창시절에 나를 부르는 줄 알고 돌아보면 늘 예쁜 오해영을 부르는 소리”였다. “나대면” 더 비교당할테니 숨 죽인 듯 보냈다. 그럼에도 “같은 오해영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학창시절 평범한 오해영은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그냥’ 오해영을 타고 ‘예쁜’ 오해영에게 넘어오려는” 남학생들의 관심이 아니라면. 수년이 흘러 동창회에 참석하니 고교시절 남학생들은 면전에 대고 실망감을 역력히 드러낸다.
설상가상 예쁜 오해영이 직장상사로 등장하자 과거의 일이 되풀이된다. 직장에선 같은 스타프를 맸다는 이유로 예쁜 오해영과 그냥 오해영이 비교 당한다. 동료들은 “그 스카프 좀 빼라”며 “비교되잖아”라고 타박하고, 직장 상사는 노골적으로 두 사람을 도마에 올리며 정반대의 얼굴을 서로에게 보낸다.
평범한 한 여자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과정에 등장한 주변인들은 지나치게 예의가 없다. 무난하게 풀어가도 될 설정들은 외모 지상주의로 점철된 주변인들의 무례함에 때때로 불편해진다. 그냥 오해영이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외모를 언급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 오늘 어때?”, “소개팅에서 예의상 두 시간도 같이 못 있을 정도는 아니지 않냐”는 대사를 줄줄이 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해영을 향한 모든 연민과 통쾌함은 이 지점에서 커진다. 지극히 평범할 뿐인 한 여자의 삶은 주변인들을 통해 나오는 극단적인 대화로 인해 ‘짠하고 애틋한’ 캐릭터가 된다. ‘
드라마는 여주인공 서현진을 등에 업고 ‘현실적인 로코’로 사랑받고 있지만, 무례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주변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에릭이 가진 예지력보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모든 설정이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장치, 혹은 현실의 또 다른 반영이라 하기에도 억지스럽고 불편하기 그지 없다. 심지어 외모 지상주의, 급수의 구분은 ‘또 오해영’이 한결같이 안고 있는 큰 줄기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여주인공 오해영은 대사와 행동으로 이를 증명한다.
오해영은 자신의 열등감이 공격당하는 순간 뻔뻔한 얼굴로 위악을 떤다. 띠동갑인 여자 직장 상사에게 “이사님, 이거 왜이러세요. 제가 이사님보다 열두 살이나 어리고, 훨씬 예뻐요”라고 대놓고 말하거나, 직장 후배들에게 “니들이 나보다 낫지 않다”며 외모와 관련한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내내 비교 당했던 자신의 트라우마는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화살이 돼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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