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시작은 ‘몽타주’였다. 뒤를 이어 ‘오이디푸스’, ‘변신’이 이어졌다. 국카스텐의 어려운 노래들을 따라부르던 관객들은 ‘음악대장’을 연호했다.
“같이 해볼까요?” 중저음부터 돌고래 고음까지 넘나드는 신 들린 가창력의 ‘음역대장’ 하현우가 선창하면 관객들이 화답했다. “에이, 저한텐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우리 다시 해봐요.”
22일 오후 8시 서울 한강난지공원은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6’ 헤드라이너 국카스텐의 무대로 마지막 열기를 태웠다.
국카스텐은 페스티벌의 무대에서 밴드의 히트곡을 연이어 선보이더니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어서 말을해’로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했다. 한 시간을 채우는 무대는 국카스텐의 노래만 하기에도 모자랐다. 뒤이어 ‘뱀’, ‘깃털’, ‘도둑’, ‘거울’, ‘싱크홀’, ‘꼬리’가 줄줄이 이어졌고,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내내 함께 호흡했다.
이날 한강난지공원에선 국카스텐이 등장하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피크닉존에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누워있던 관객들은 마치 국카스텐 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기립했다. 연신 ‘난리난다’, ‘미치겠다’를 외쳤다. 먹거리를 파는 푸드존까지 점령한 관객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들고 이날의 헤드라이너의 공연에 집중했다. 그리 대중적이지 않았던 국카스텐의 노래에도 ‘떼창’은 적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국카스텐의 무대에서 가장 많이 들린 함성은 ‘음악대장’이었다. ‘라젠카’를 원하는 관객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국카스텐의 무대가 있기 두 시간 전 TV에선 진짜 ‘음악대장’이 또 한 번의 우승으로 대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MBC ‘일밤-복면가왕’이다. 이날 방송된 ‘복면가왕’에선 9연승에 도전하는 음악대장의 무대가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다. 음악대장은 이날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선곡했다. 매주 장르와 시대를 초월하는 예측불허의 선곡으로 무대를 압도했던 음악대장은 이번엔 ‘백만송이 장미’로 또 한 번 연예인 판정단을 헛웃음짓게 했다. 바이올린의 현과 피아노, 깊은 감성을 극대화한 보컬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30대 복면가왕은 여전히 음악대장이었다. 음악대장의 무대가 끝나면 온라인에선 내내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의 이름이 실시간검색어로 등장한다. 지난 1월 24일 첫 등장 이후 약 5개월째 가왕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음악대장에 대해 시청자들은 국카스텐의 하현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 덕에 두 시간 뒤 진행된 국카스텐의 그린 플러그드 무대는 어느 아티스트의 무대보다 호황이었다.
20대 여성 관객 김정윤 씨는 “오늘 복면을 쓰지 않은 하현우의 무대를 보러 왔다”며 “근데 음악대장 가면과 하현우씨 얼굴이 정말 많이 닮지 않았냐”고 말했다. “아직 복면을 벗지 않았는데 음악대장이 하현우라고 생각하는 거냐”는 질문에 김정윤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물을 걸 물으라는 표정이었다.
50대 남성 관객은 “태어나서 콘서트라는 걸 처음 와봤다”며 “딸 같은 녀석들과 함께 뛰고 있는 내 모습이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가면 쓴 이 친구는 도대체 어떤 힘으로 굳어버린 줄 알았던 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음악대장도 하현우도 목소리가 가진 힘이 컸다. 노래에 굶주린 사람처럼 한을 토해냈고, 때로는 힘을 빼고 읊조렸다. 그린플러그드 무대에서 하현우는 안경 너머로 장난스럽게 눈동자를 빛냈다. ’뱀‘을 부를 땐 “어? 가사가 뭐였지?”, “고마워!”라며 자신을 지지하는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보다 편안하게 무대를 꾸몄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한 잔의 추억’이었다. 이 곡은 2012년 MBC ‘나는 가수다’에서 국카스텐이 부른 노래다. 관객들은 노래를 숨 죽여 들은 뒤 못내 아쉬운듯 익숙한 곡 제목을 연호했다. ‘음악대장’에 섞여 ‘라젠카’를 외치는 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린플러그드의 헤드라이너 국카스텐은 이미 관객들에겐 ’음악대장‘이었다. 국카스텐의 오랜 팬이라는 30대 초반 최선민씨는 “음악대장보다 국카스텐 노래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는데 ‘복면가왕’에서 부른 노래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조금 아쉬웠다. 국카스텐의 노래에도 좋은 곡이 많다”고 말했다. 오랜 팬 역시 음악대장의 정체는 국카스텐의 하현우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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