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노사합의 거쳐야 vs.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가능" 성과주의 도입방식 놓고도 갈등 극단으로 치닫는 금융 노사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노조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금융공기업 모두 노조와의 합의가 아닌, 이사회 의결이란 방식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 측이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무효확인소송 등 법적조치를 예고하면서 노사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공기업 9곳 중 8곳, 의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강행= 9개 금융공기업 중 현재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예금보험공사(예보)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KDB산업은행(산은) 등 3곳에 불과하다.
이 중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소속이 아니라 예보만 ‘노조위원장’과 단독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고 캠코와 산은은 모두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 기한을 사실상 이달까지로 명시하면서 나머지 6개 금융공기업도 결국 이사회 의결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 지연 기관에 인건비 예산을 제한할 뿐 아니라 각 기관장들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하면서 더 이상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은 빠르면 오늘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의결할 계획이다.
늦어도 내주까진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짓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예탁결제원도 결국 같은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 대통령이 직접 도입 상황을 체크한다고 하면서 정부의 압박이 심하다”면서 “법적문제가 없진 않지만 당장 형식만 갖추면 도입기관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기관들로서도 일단 이사회 의결로 낙인만은 피하자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명백한 위법” vs.사측은 “문제없어”…소송 잇따를 듯=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정돼도 갈등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의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도입되면서 줄줄이 법정다툼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조는 이를 토대로 사측의 이사회 의결은 위법이라며 법정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취업규칙변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이사회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캠코 역시 홍영만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한데 이어 소송 제기도 검토 중이다. 다른 금융 공기업들도 이사회 의결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줄소송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법성 여부의 핵심은 성과연봉제가 직원에게 ‘불이익한 것’인지 여부다. 201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그 회사 과반수 노동자로 조직된 노조가 있으면 그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금융노조는 이 판례를 들어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충족될 경우 사측이 노조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은 시행령이 아닌 단순 ’업무처리 기준‘으로,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만큼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성과주의가 직원들에게 불이익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도 임금 총액은 감소하지 않고, 다수가 수혜 대상이며, 누구든 성실히 일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성과연봉제가 직원에게 불이익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