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1년·여성 2년 한번씩 교체 적당 기존과 같은 무게 선택, 밸런스 유지 물로 닦은 뒤 그늘 말려야 수명연장

구력 3년차 직장인 A씨는 골프 시즌을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필드에 나갔다. 하지만 샷을 할수록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클럽의 그립이 지나치게 반질반질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손바닥에 밀착되는 느낌이 없다 보니, 샷을 할 때마다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까, 클럽이 손에서 빠져나갈까 조마조마해서 그날 라운드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골프용품 가운데 골퍼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무시받는 것, 바로 ‘그립’이 이유였다. 골프라는 운동은 그립을 잡는 것부터 시작되지만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립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실제로 A씨는 주기적으로 그립을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립은 보통 시즌이 시작되기 전 많이 바꾸는 편이지만, A씨처럼 겨울 동안 클럽을 모셔두기만 하다 라운드에 나간 뒤에야 뒤늦게 그립에 문제를 발견하고 골프샵이나 용품 매장에 달려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골프 그립을 교체하는 모습.
골프 그립을 교체하는 모습.

MFS골프의 전략영업 프로담당 피터 권석형 팀장은 “아마추어 골퍼들 가운데는 그립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7~8년을 그냥 쓰는 사람들도 있다”며 “편안한 그립감으로 좋은 샷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그립 관리를 잘 하고 적절한 시기마다 바꿔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립 교체, 언제 어떻게 해야하나요?=보통 좋은 그립감을 위해선 1년에 한 번 정도 바꾸는 게 좋다. 남성 골퍼들은 연습량과 라운드 회수가 비교적 많기 때문에 봄 시즌이 시작할 때 한번씩 교체하거나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강하게 그립을 잡지 않는 여성 골퍼들은 2년에 한 번 꼴로 바꿔도 괜찮다. 교체 주기는 최대한 2년을 넘지 않도록 한다. 시즌 전이나 본격적으로 시즌이 한창인 요즘, 그립 교체 요청이 많다. 골프 그립은 태양의 강한 빛과 열기, 먼지, 손에서 묻어나는 기름 등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된다. 수분이 날아가 딱딱해지기도 한다. 그립의 종류는 크게 고무그립(Rubber Grip)과 실그립(Cord Grip)으로 나뉜다. 고무그립은 그립이 비교적 빨리 닳고 물기에 약한 게 흠이지만 타구감이 좋다. 실그립은 고무 소재에 실을 넣어 미끄러움을 방지하고 마모가 적도록 한 제품으로 약간 묵직한 것이 특징이다. 타구감이 딱딱해 프로골퍼나 장타자들이 선호한다.

▶그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샷이 달라지나요?=클럽과 골퍼를 연결해주는 그립은 구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종전에 세팅된 그립과 다른 무게, 다른 두께의 그립으로 교체하면 샷이 확 바뀔 수 있다. 그립을 바꿀 땐 무엇보다 기존 그립과 똑같은 무게를 선택해야 밸런스와 스윙 웨이트가 변하지 않는다. 스윙 웨이트란 클럽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헤드와 그립 쪽의 무게 배분을 의미하는 일종의 시소같은 개념으로, 스윙을 할 때 골퍼가 느끼는 헤드의 무게로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그립이 가벼워지면 헤드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립이 4g 가벼워지면 스윙웨이트가 1포인트 높아진다. 거의 감지할 수 없는 무게지만 D0의 스윙웨이트가 D1으로 변한다. 가벼운 그립을 쓰던 골퍼가 무거운 그립으로 바꾸면 헤드가 가볍게 느껴져 토핑이 날 우려가 있다. 또 그립이 두꺼워지면 슬라이스나 푸시성 샷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평소보다 얇은 그립을 선택하면 훅이 날 확률이 높다. 그립 교체 후 훅이 생긴다는 건 손목 움직임이 과도해 헤드가 닫히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그립이 두꺼워지면 손목 움직임을 둔화시킬 수 있다. 손목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명 ‘홍두깨 그립’이라고 불리는 두꺼운 그립의 퍼터를 쓰는 걸 상상하면 된다. 권 팀장은 “지금 사용하는 게 내 몸과 내 샷에 맞다면 그립을 교체할 때도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셀프 교체도 가능하다던데, 쉽게 할 수 있을까요?=최근 들어 용품점이나 일반 마트에서 그립만 사서 직접 바꾸는 ‘셀프 교체’가 유행이다. 그립의 가격은 개당 1만~2만5000원 정도이며, 양면 테이프와 순간적으로 접착성분을 없애 주는 솔벤트만 있으면 큰 기술 없이도 직접 교체할 수 있다. 기존 그립을 벗겨내고 샤프트에 양면테이프를 붙인 뒤 그 위에 새 그립을 결합하면 끝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나만의 클럽을 완성했다는 뿌듯함도 있다. 하지만 클럽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기구가 없을 경우 그립을 끼우다가 그대로 붙어버려 중간에서 멈추거나 방향이 틀어지는 등의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립 교체가 가능한 용품 매장에서 그립을 사면 무료로 교체해준다. 다른 곳에서 사온 그립으로 교체만 주문할 땐 개당 공임비가 5000원이다. 금액면에서도 셀프 교체와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가능하면 해당 클럽 매장이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걸 권한다. 3~4년 전에는 실리콘 그립이 유행했는데 최근 특별한 트렌드는 없다고 한다. 퍼터의 경우 두꺼운 슈퍼 스트로크 그립은 여전히 수요가 많다. 그립은 연습이나 라운드 후 꼼꼼히 관리하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사용 후 물로 가볍게 닦아준 뒤 시원한 그늘에서 충분히 말려주면 된다. 비오는 날 라운드를 한 후엔 반드시 실내에서 건조시킨 후 골프백에 넣어야 한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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