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ㆍ이은지 기자] 폭염주의보가 내린 5월의 난지공원은 일찍 찾아온 록의 열기로 금세 뜨거워졌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은 ‘봄의 록페’라고도 불린다. 국내의 많은 록밴드들이 그린플러그드를 시작으로 여름까지 이어지는 ‘록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때문이다.

장미여관의 윤장현은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6에 대해 “따뜻한 봄날에 시작되는 한 해의 첫 번째 록페스티벌”로 “많은 관중들과의 합창, 그들의 에너지, 모든 것이 하나되는 순간의 행복이 이게 진짜 록페스티벌이라는 느낌이 드는” 무대라고 했다.

물론 라인업이 록밴드만의 구성은 아니다. 힙합씬의 선두주자인 더콰이엇x도끼x빈지노, 힙합, 알앤비를 아우르는 서사무엘, 보컬그룹 스윗소로우, 감성 싱어송라이터 짙은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무대도 있다.

사실 페스티벌은 많은 아티스트에겐 연례 행사와 같다. “한 해동안 한 번도 서지 않으면 일년 농사를 짓지 않는 기분”(갈릭스 김인중)이 드는 행사다. 관객들은 페스티벌의 라인업, 위치 등을 고려해 티켓값을 지불하고, 뮤지션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팬들과 함께 하는 단독공연이 아닌 잠재적 팬들이 포진한 페스티벌에서 열정을 태운다. “단독 콘서트와 달리 다른 팀을 보러왔다가 우리를 알게되는 사람들이 많기에 출연자들에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장미여관 윤장현)가 된다.

갈릭스 김인중에게도 페스티벌은 새로운 팬들을 만난 자리였다. 그는 “저희를 좋아했던 분들 외에도 더 많은 관객들이 계시는데, 생소한 무대에도 같이 뛰어노는 모습이 말그대로 축제”라며 순간의 열기를 다시금 떠올렸다. 에이프릴 세컨드의 보컬 김경희 역시 “저희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우리 음악을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수많은 관객이 운집한 페스티벌은 새 앨범 발매를 앞둔 뮤지션에겐 홍보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번주 앨범 발매를 앞둔 서사무엘은 “(저를)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 새 앨범 홍보도 잘 된 것 같다”며 “밴드의 편곡도 최대한 원곡에 가깝게 무대를 꾸몄는데 함께 즐긴 데다 노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좋았다”고 말했다.

그린플러그드 서울은 지난 2011년부터 서울 한강난지공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페스티벌에 선 아티스트들은 한결같이 이 무대가 끼고 있는 자연환경을 먼저 언급했다.

초록 잔디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진행되니 “무대도 장소도 사람들도 너무나 기분 좋은 느낌의 예쁜 페스티벌”(에이프릴 세컨드 김경희)이라고 참석 아티스트들도 입을 모은다. “한강이 보이고 잔디밭이 있어 소풍 나오는 느낌도 들고”, “맥주 한 캔씩 들고 즐기는게 너무나 좋은”(크라잉넛 보컬 박윤식), 심지어 “싱그러운 풀냄새”(노브레인 정민준)도 맡을 수 있는 곳이다.

무수히 많은 페스티벌 중에서도 그린플러그드 서울이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페스티벌이라는 주제의식을 안고 있어 무대가 서는 장소는 더욱 돋보인다. 그 어느 공간보다 친환경적이다. 아티스트들이 등장할 땐 ‘그린플러그드 서울’이 ‘환경’을 주제로 내놓은 공식 옴니버스 앨범 ‘숨’의 수록곡이 흘러나온다. 첫째날엔 에이프릴 세컨드의 ‘분홍돌고래’가 “마치 테마송처럼”(에이프릴세컨드 김경희) 모든 아티스트와 호흡을 함께 했다. 이날 무대에 선 에이프릴 세컨드로서도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멸종위기의 돌물들을 향한 위로를 담은 곡이었다.

탁 트인 자연과 함께 하는 음악 페스티벌인 ‘그린플러그드 서울’은 이 곳을 찾은 관객들뿐 아니라 한강 난지공원을 오가는 시민들, 봄날 피크닉을 나온 가족들마저 하나로 묶기에 충분했다.

크라잉넛의 이상면은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은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건물들이 들어선 곳이 아니라 피크닉의 느낌도 있고, 공연을 보어왔다기 보다 즐기러 온 분들이 많아 관객들의 표현도 더 자유롭다”며 “의상도 자유롭고 재밌는 소품도 많다. 여자나 남자나 노출도 하고, 꾸미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떻게 차려입든 어떤 행동을 하든 누구도 뭐라하지 않는 페스티벌만의 문화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라인업의 주인공이 된 아티스트들에게도 ‘그린 플러그드 2016’은 한바탕 즐긴 무대였다. “록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자체엔 ‘놀자’라는 의미가 담겼다. 왜 관객만 놀겠냐. 우리도 같이 술도 마시고 놀려고 오는 곳”(크라잉넛 김인수)이었다.

장미여관 강준우는 “페스티벌은 음악을 하면서 언제나 흥분되고 짜릿한 순간”이라며 “야외무대의 관객들은 마음이 열려있고, 모두가 하나가 된다. 우리 역시 축제의 일부분이 돼 페스티벌을 완성시킨다”고 했다.

무대와 관객이 하나되는 페스티벌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노브레인 이성우) 매력도 있다.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는 “저만 미치는게 아니라 같이 미치게 박살을 내겠다”, 기타 정민준은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더 열정적으로 불태우겠다”는 각오로 무대에 오르더니, 둘째날 난지공원을 완전히 뒤집어놨다. 낮 동안의 열기가 해 저무는 시간의 선선한 바람과 어울러지니 페스티벌의 묘미가 더 살아났다. 첫째날 헤드라이너인 김창완은 “낮에는 정말 더웠는데 저녁에는 딱 즐기기 졸은 날씨가 됐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가지 못했던 맛있는 레스토랑에 마침내 온 것 같은 같은” 안성맞춤인 날씨라고 이야기했다.

김창완은 그러면서 “페스티벌은 그 자체가 가진 열기가 있다. 무대도 무대지만 페스티벌을 즐기는 팬들의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사람, 가족 단위의 사람들까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페스티벌의 장점”이라며 “요즘 소통이 화두가 되는 때인데, 소통을 위한 자연스러운 장이 된다. 객석이 하나가 된다기 보다 같이 온 사람들, 가족, 관객과 관객들이 하나가 되는 게 무대 위에서 보인다. (아티스트로서) 그게 보람도 있고 그게 또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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