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파일럿 예능의 역사는 1999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7월 방송된 프로그램 KBS2 ‘개그콘서트-일요일 밤의 열기’는 가장 성공한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프로그래음 같은 해 9월 정규편성, 현재의 ‘개그콘서트’로 자리했다. 17년을 이어 온 장수 프로그램의 시작도 파일럿이었다.

이 후 굵직한 프로그램을 꼽으면 2008년 MBC ‘우리결혼했어요’를 들 수 있다. 2011년에는 SBS스페셜 ‘나는 한국인이다-짝1부 애정촌’으로 방송된 후 두 달 뒤 SBS ‘짝’으로 정규 편성됐다. KBS2 ‘인간의 조건’ 역시 2012년 파일럿으로 시작해 그 다음해 정규 편성됐다.

이후 방송가는 ‘맛보기 예능’ 기획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민족 대명절마다 각 방송사는 분주하게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한 해 장사를 책임질 신상예능을 안착시키기 위한 시험대가 바로 명절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설날 역시 파일럿 예능이 쏟아졌다. MBC는 ‘몰카 배틀-왕좌의 게임’, ‘듀엣가요제’, ‘미래일기’, ‘이경규의 요리원정대’, ‘톡하는대로’, ‘인스타워즈’ 등을 내놨다. SBS는 ‘보컬전쟁 :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 ‘먹스타 총출동’, ‘사장님이 보고 있다’, ‘나를 찾아줘’ 등을 선보였다. KBS는 ‘본분금메달’, ‘우리는 형제입니다’,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 ‘머슬퀸 프로젝트’, ‘언금술사’ 등을 편성했다. 명절 특수를 노린 대대적인 파일럿 편성 전략이다. 이 중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정규 편성의 영광을 안은 건 MBC ‘듀엣 가요제’와 SBS ‘판타스틱 듀오’, SBS ‘신의 목소리’뿐이었다.

명절 특수 파일럿이 공격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이어져온 공식이다. 이제는 ‘명절 프로그램=파일럿 프로그램’이 됐을 정도다.

2013년 설 특집 프로그램 MBC ‘남자가 혼자 살 때’는 설 특집 방영 후 MBC ‘나 혼자 산다’로 정규 편성 되고 그해 추석 특집으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파일럿으로 편성된 후 성공적으로 편성표에 안착했다. 반면 2014년은 비교적 파일럿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이 주춤했다. 설날은 KBS가 ‘엄마를 부탁해’, ‘밥상의 신’, ‘음악쇼’, SBS는 ‘주먹쥐고 소림사’, ‘스타vs국민도전자, 스타 페이스오프’, MBC는 매 명절마다 선보이는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를 내놨다. 추석에는 JTBC ‘동갑내기’, SBS ‘주먹 쥐고 주방장’ 등을 선보였지만 브라운관에서 다시 볼 순 없었다.

2015년 설날은 MBC ‘복면가왕’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KBS는 설특집으로 ‘스타골든벨’을, SBS는 ‘제 친구 썸남썸녀를 소개합니다’, ‘아빠를 부탁해’, 를 선보였지만 웃었던 건 MBC와 SBS ‘아빠를 부탁해’였다. 봄 예능 개편을 앞두고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발굴해 내는 장이 됐다.

같은해 추석 파일럿 공세는 더욱 치열해 졌다. KBS는 ‘전무후무 전현무’쇼, MBC는 ‘듀엣 가요제 8+’, ‘위대한 유산’, ‘이연복 셰프의 맛있는 잔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SBS는 ‘심폐 소생송’, ‘어머님이 누구니’를 편성했다. 하지만 정규편성이 된건 MBC ‘듀엣 가요제’뿐이었다. 이 시기 파일럿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도를 과감히 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했다. 처음 KBS로 복귀하는 전현무의 첫 예능 KBS2 ‘전무후무 전현무’와 노홍철의 지상파 첫 복귀 작인 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대표적이 사례다. 결국 정규 편성되진 못했지만 정규로 편성하기 전 대중들의 반응을 살펴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었던 신의 한 수 였다.

2011년 종합편성 채널이 등장한 이후 JTBC도 파일럿 예능으로 예능 초읽기에 들어갔다. 2011년 밀 ‘히든싱어’라는 새로운 음악 예능을 선보여 2012년 초부터 매주 안방을 찾았다. 시즌 4까지 승승장구하며 음악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히든싱어’도 시작은 파일럿이었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도 2015년 파일럿으로 시작, 최근 1주년을 맞았다.

케이블 채널도 예외는 아니었다. tvN은 2012년 ‘파일럿 프로그램 대국민 투표’를 들고 나왔다. tvN ‘선택, tvN2012’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인 뒤 시청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정규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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