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 맞아 ‘어른 안된 대학생’ 자화상 -대학 들어가서도 고등학생 이상 학원 찾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아들이 올해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전모(55ㆍ여) 씨는 요즘 수학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경제학과에 입학한 아들이 수학이 어렵다는 푸념을 하자 학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는 “요즘에는 1학년 때 토익 점수를 따야 한다고 해서 영어 학원도 등록했고, 여름방학을 위한 어학연수 컨설팅도 받을 예정”이라며 “요즘에는 고3 입시가 끝났다고 해서 자녀 교육을 안심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학교만 들어가면 끝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사교육을 받는 20대가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이나 자격증을 위한 사교육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전공 시험 등 대학 학점을 위한 사교육도 만연한 상황이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도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두고 ‘피터팬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학원가에는 이런 ‘피터팬’들이 넘치고 넘친다.

대학생 진모(23ㆍ여) 씨도 ‘고등학교 4학년’ 중에 있는 이들 중 하나다. 전공 시험 점수가 낮게 나오자 부모님의 권유로 전공 대비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는 “대학교에 들어가면 자유롭게 공부할 줄 알았지만, 공부는 고등학교 내신 같은 느낌”이라며 “부모님은 취업하려면 학점이 높아야 한다고 성화라 요즘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상당수 대학생들은 한 달에 수십만원씩 하는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대학교 학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황은 가열되고 있다. 취업난이 심해진데다 대학교가 재수강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등 대학 시험에 대한 대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

대학생 오모(21ㆍ여) 씨는 학교가 재수강 규정을 강화하면서 학점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도 어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며 “한 번 학점이 안좋으면 회복할 수 없어 학원에 다녀서라도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학교 1학년의 경우, 학부모들이 먼저 사교육에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한 학원 관계자는 “이공계의 경우 대학교 1학년 때 수학을 못따라가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고3 입시 준비의 연장선처럼 학부모들이 먼저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모(25) 씨는 “대학 성적이 낮게 나오면 부모님이 학원 얘기부터 꺼낸다”며 “신경쓸 일도 많은데 고등학교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형적인 입시 경쟁이 대학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입시경쟁 과열이 대학교로 옮겨와 사교육 열풍을 만드는 것 같다”며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고려해 부적응자가 생기지 않도록 신입생 대상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