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날씨 부적’ 데이 브레이크도 폭우를 멈추진 못했다.

올해로 일곱번 째를 맞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6’의 둘째날은 “자연을 이길 수 없는”(마이큐) 탓에 비와 함께 했다. ‘뷰민라’의 단골손님인 데이 브레이크는 등장만 하면 내리는 비를 멈추고 햇살을 가져와 ‘날씨 부적’이라 불리지만, 이날만큼은 효험이 없었다.

페스티벌 성공의 절반은 날씨라는데, 가랑비도 아닌 한여름 장마처럼 쏟아진 비는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뷰민라 2016’의 오점이 됐다. 주최 측이 바라 마지 않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온한 주말’은 쉽지 않았다. ‘우천 조항’은 만들어뒀으면서, 7회째를 맞은 페스티벌임에도 기상 악화에 대한 세심한 대책이 미흡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뷰민라’에 비가 찾아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많은 뮤지션들은 빗소리를 악기 삼아 무대에 섰다. 특히 올해 라인업은 유난히 돋보였다. 봄날의 음원강자 십센치가 둘째날의 헤드라이너로 무대를 장식했고, 10대 싱어송라이터 샘김부터 글렌체크, 소란, 정준일, 몽니,쏜애플, 데이브레이크, 마이큐, 페이퍼컷 프로젝트, 타루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설령 비가 내릴 지라도 기대가 큰 공연이었다.

오후 1시 30분, 수변무대의 첫 타자로 무대에 선 ‘슈퍼스타K3’ 출신 샘김의 무대까지만 해도 적당한 봄의 열기가 올림픽공원 내 잔잔한 호수가 만들어내는 바람에 어울어져 평온한 한 때를 연출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샘김의 무대가 끝난 이후인 2시 10분을 넘어서면서였다.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을 기다리던 아티스트 몇몇은 메인 스테이지에서 돗자리를 챙겨 대기실로 향했다.

2시 이후 진행된 공연들은 빗속의 축제였다. 빗줄기가 세지기 전까진 음악에 젖은 봄소풍이 꽤 낭만적이었다. 20대 관객들이 대다수인 페스티벌은 젊음의 열기에 지치지 않았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자 주최측에선 입장객들에게 우의를 나눠주느라 손이 분주했다. ‘뷰민라’ 측에선 1인 1우의 원칙을 세웠다. 일부 관람객 사이에선 “HOT 팬클럽 같지 않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나눠준 우의가 모두 흰색이었던 탓이다. 아직은 즐거운 분위기가 분명했다.

오후 3시 20분, ‘뷰민라’의 메인 스테이지인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 스탠딩존이 들썩였다. 글렌체크가 오랜만에 팬들과 만나는 자리다. 빗 속을 뚫고 들리는 신스팝 사운드가 관객들을 금세 방방 뛰게 만들었다.

글렌체크의 공연이 끝나며 빗줄기는 사정없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한바탕 놀고 난 현장에선 “이제 집에 갈까”, “너무 춥지 않아?”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우의를 받으려는 한 20대 여성의 사소한 불만도 나왔다. “비가 온다고 해서 따로 우의를 챙겨왔는데 찢어져서 입은 채로 다시 받으려고 하니, 우비가 있다고 뷰민라 측에서 안 준다고 한다.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총 세 개 스테이지를 오가야 하기에 빗줄기가 거세질수록 각 스테이지의 출입구는 더 복잡해졌다. 경호원들은 우산을 펴는 관람객들을 저지하느라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메인 스테이지에선 우산을 펴면 안 된다는 주최 측의 원칙은 곳곳에서 무너졌다. 돗자리를 정리해 자리를 떠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메인 스테이지에 자리를 잡은 30대 초반 여성 관객 장은경씨는 “소풍 나온 것처럼 3단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공연을 관람하며 즐겼다. 비가 와도 나름 분위기가 있고 괜찮은데 점점 거세지니 오래 있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거세진 빗줄기에 최대 700석 규모인 카페 블로썸 하우스의 공연은 호황을 맞았다. 일부 아티스트 사이에선 “마치 비가 와서 그런 것 같지만, 원래 매진됐을 공연”이라며 장난 섞인 농담도 나왔다. 빗줄기가 거세진 오후 수변무대에서 공연 예정이던 쏜애플 몽니 정준일 등 아티스트의 공연은 이 곳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수변무대는 최대 2000명이 수용 가능한 공간이었으나 줄어든 규모로 관객들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공연은 예정된 시간보다 줄어 진행됐다. 급히 장소를 옮기는 탓에 사전 고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의 헤드라이너였더 십센치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물론 단축공연이었다. 십센치의 경우 ‘뷰민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착실한 아티스트로, ‘봄이 좋냐’와 함께 돌아온 음원강자의 저력은 페스티벌에서도 어김없이 빛났다. 빗소리를 반주 삼은 ‘떼창’이 압권이었다.

일기예보보다 빨리 찾아온 불청객은 도리어 관객과 아티스트를 끈끈히 엮어주는 매개체가 됐다. 우비 하나만 걸치고 모진 비바람을 견디는 관객들을 보며 무대 위 뮤지션들은 너나없이 벅찬 소감들을 전했다.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은 자신의 SNS에 “오늘 뭔가 찡한 느낌. 모두들 괜찮으신지요? 쉽제 잠들고 싶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최고였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관객 황지은씨는 “비가 너무 많이 오긴 했지만, 라인업과 음악적 만족도가 높은 페스티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해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로 허허벌판에 가까운 올림픽공원에서 관람객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전무했다. 화창한 봄날의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놓고 앉는 것은 즐거운 봄소풍이지만, 우비 하나만으로 폭우를 견디기엔 관객들의 고충이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성 관객은 “공연을 예정대로 하는 건지 아닌 건지 장소가 바뀌는 건지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답답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생 페스티벌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객들을 향한 배려가 부족했던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가요계 관계자는 “페스티벌이기에 시야를 가릴 수 없는 현장이지만, 푸드존 뒤쪽 공간을 활용해 비를 피할 수 있는 파라솔이나 천막 등을 마련했어도 좋을 것 같다”며 “생각보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기온이 떨어지니 저녁쯤 시작하는 메인공연을 못 보고 돌아가는 관객들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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