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광주=박병국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은 5ㆍ18 광주민주항쟁의 노래로 제자리를 찾게 될까. 사실상 이제 공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야권이 청와대 회동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기로 하면서다. 매년 민주항쟁의 엄숙한 추모를 ‘고성의 장’으로 얼룩지게 한 지정곡 논란은 이제 박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게 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광주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3당 비공개회동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지정곡 문제 논의를) 말했고, 내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말씀드릴 것”이라며 “독립군 후손에게 독립군가를 부르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5월 영령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노래이며 그 노래를 부르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야박하게 나올 이유가 없다. 내일 정중하게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세월호특별법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곡 문제를 꼭 청와대에 말하겠다”며 “국회가 결의안까지 의결했는데 정부가 거부하고 있다. 이는 국회에 대한 존중의 모습이 아니다”고 했다. 양당이 모두 청와대 회동에서 이 문제를 공식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지정곡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보훈처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투성이며, 국민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는 정치적 정당성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총선에서 1, 2당의 자리를 바꿔 앉힌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한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정부의 국민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ㆍ18민주항쟁 중 희생된 윤상원ㆍ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작곡된 노래다. 영혼결혼식 당시 처음 공개됐고, 이 노래는 구전 등을 통해 5ㆍ18민주항쟁을 상징하는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야권이 청와대 회동의 공식 의제로 정하면서 이젠 사실상 박 대통령의 결단만 남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오는 16일 지정곡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결국 13일 예정된 청와대 회동 결과에 따라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시간적 여유도 없다. 다른 현안과 달리 일정이 명확하고, 18일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3당체제 하 처음으로 맞이한 5ㆍ18이기에 더민주, 국민의당 모두 경쟁적으로 광주 민심을 고려하고 있다. 야권이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협치 첫 시험무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크다.
청와대 회동 안건으론 세월호특별법, 역사교과서 문제, 북핵 위기,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 가습기 살균제 논란 등이 거론된다. 하나같이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든 난제다. 다른 현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5ㆍ18 지정곡은 박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이 적다. 야권의 목소리를 수용했다는 명분을 얻기도 용이하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정곡 찬성이 55%, 반대가 26%로 집계됐다. 13일 회동에서 논의될 의제 중에서 유의미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