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불구 흡입독성 간과 법 미비 PHMG 등 심사 면제 기업 5년만에 마지못해 사과 기업책임 피해자지원 혈세로
“이런 대응은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4일 일본 니혼테레비의 정보예능 프로그램 ‘미야네야’(ミヤネ屋) 진행자인 미야네 세이지가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태’를 두고 한 말이다. ▶관련기사 6면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만 사용했다=유독 한국에서만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벌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서만 유해성이 입증된 성분이 가습기 살균제로 이용되는 게 허용됐기 때문.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일본, 호주, 중국 등에서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는 피부접촉이 발생했을 때 유독성이 강하지 않은 물질로, 살균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흡입’했을 때는 사정이 달랐다. 각 나라들은 별도의 예외조항을 둬 살균물질을 ‘흡입’할 경우 고독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안정성 검사와 성분 표시를 의무화했다.
▶면제로 가득찬 ‘있으나 마나한 법’=미국의 독성물질규제법(TSCA)과 유럽연합의 화학물질규제법(REACH), 호주의 산업용 화학물질 등록심사법(ICNA Act), 일본의 화학물질의 심사 및 제조 등에 관한 법률(화심법) 등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PHMG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처럼 양이온성 고분자물질을 ‘흡입’하거나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게 될 경우 위해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은 2009년 특정화학물질뿐만 아니라 모든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규제범위를 확대했다.
반면 국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1997년 고분자 물질 시험성적서 제출을 면제했다. PHMG가 여기에 해당된다. 2005년에는 고분자물질 유해성 심사도 면제했고, PGH가 여기에 해당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과 미국, 유럽 등 각 국가가 1998년 EPA의 흡입 독성 경고 등에 따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분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CMIT와 MIT 등 유해성 심사 면제 고시를 계속해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한 작년 11월 일본 후생노동성은 액체형 살균제나 분무형 소독제에 대해 “독성을 감안할 때, 분무형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5년만에 이뤄진 사과…“있을 수 없는 일”=미야네야 프로그램에서 미야네 세이지는 “5년만에 사과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조사단계에서 관련성이 확인됐는데도 기업이 사과를 하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보도할 때 주목한 점도 PHMGㆍPGH 등 유해성이 입증된 성분을 이용해온 옥시(레킷 벤키저 코리아)가 5년만에 사과를 했다는 점. 애경은 아예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WSJ도 이와 관련 “조사결과는 2011년에 나왔지만, RB코리아 측의 사과가 이뤄진 것은 5년 뒤였다”고 지적했다.
▶기업 책임을 국민 세금으로?=2013년 한국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결정에 대해 외신들은 일제히 “기업에게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엄격하게 대응했어야 했다”며 “기업의 책임을 국민의 세금으로 물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브도어 뉴스는 “2011년 환경부가 PHMG의 유해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사과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