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ㆍ김재현 기자]조선과 해운 등 부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재원 확충 논의가 본격화하며 자본 확충 방안과 규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는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의 주재하에 4일 세종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어 국책은행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회의에는 기재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하며 ‘한국판 양적완화’를 두고 평행성을 달리던 정부와 한은은 일단 논의의 장으로 함께 입장하게 됐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공동 논의가 시작됐지만, 정부와 한은에는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정부는 그간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 보다는 한은이 발권력을 이용, 돈을 찍어내고 이 돈을 국책은행에 지원하는 방안을 강조해왔다.
정부가 현금출자를 하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거나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국회동의가 필요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계속해서 늘고 있는 정부의 부채 문제에 대한 책임론이 향후 선거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담감도 한 몫 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추가로 출자하거나, 법 개정을 통해 한은이 산업은행에 출자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힘을 실어왔다.
TF는 우선 법 개정 없이 가능한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BIS 비율이 14%를 넘는 산은 보다는 수은에 대한 한은의 직접 출자가 손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현재 수은은 3월말기준 BIS 비율이 9%대로 추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해운업과 조선업의 손실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수은은 최악의 경우 BIS 비율이 5~6%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예금을 받는 은행은 아니기 때문에 BIS비율을 14%까지 맞출 필요는 없지만, 건전성 유지를 위해 10%는 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수은의 BIS 비율을 1%p 높이는 데 필요한 자본금이 1조2000억원 정도라고 계산하면, 정부가 한은에 기대하는 지원액은 3조~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밖에 한은이 직접 산은에 출자하는 방안, 한은이 산은이 발행한채권을 발행 시장에서 인수하는 방안 등이 있지만, 이는 모두 법 개정을 요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은이 산은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인수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은 현재 BIS비율이 14.28%로 다소 여유가 있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모두 법정관리에 가도 부실채권을 소화할 수 있어 수은의 자본확충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을 갖고 진행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다만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 시기와 규모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과 달리 한은은 정부의 재정정책이 선제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일 “가능한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의 조합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구조조정 진행을 위해 정부와 한은이 나름의 역할을 분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 또한 기본적으로 정부가 산은에 정보 보유 주식 등 현물출자를 하는 등의 나름의 노력을 보여준다면 이주열 총재의 언급대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정부 재정이 들어가야 할 것이고, 한은도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는 등 서로 어느 정도 부담을 나눠서 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TF에 참여하는 기재부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구조조정 진행 상황에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라며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