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ㆍ조민선 기자]조선업과 해운업은 지난 26일 범정부 ‘제3차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2대 취약업종으로 분류, Track1에 따라 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위기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조선업은 일단 현재의 빅3(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회사를 모두 살린 채 인력 및 설비의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전반을 살리는 방향으로 기본 구상이 끝났지만 해운업의 경우 회생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법정관리 등 퇴출방안까지 거론되는 등 말그대로 ‘죽느냐 사느냐’를 둔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해운얼라이언스(동맹)재편이 또 하나의 변수가 되면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양사를 시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구조조정 협의체를 마친 후 가진 브리핑에서 기존의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약권자 조건부 자율협약 등 3단계의 회생절차 외에 해운얼라이언스 유지를 또 하나의 조건으로 내세운 속칭 ‘3+1’단계 를 고려한 회생을 언급했다. 또 현대상선의 경우 선주들에게 용선료 협상 기한을 5월 중순까지로 못박았다며 이때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용선료 협상 부결로 알고 법정관리등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고도 밝혔다.

이같은 발표는 6월 말께 완성될 국제적 해운 얼라이언스의 재편과정을 염두에 둔 조치로 파악된다. 얼라이언스 재편이 끝나기 전에 기업의 회생여부가 결정돼야 얼라이언스 가입ㆍ유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얼라이언스란 국제 해운사끼리 맺은 동맹으로, 얼라이언스들은 여러 항로를 공동운항하기 때문에 국내 해운사가 영향력 있는 얼라이언스에 끼지 못하면 부산항이나 광양항 등도 환적화물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해운사 회생 조건에 해운 얼라이언스 가입ㆍ유지가 새로운 조건으로 제시된 이유다.

하지만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모두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정도로 경영 위기인 상황이어서 다른 해운사의 신뢰를 얻어 새로이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데 제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얼라이언스 재편이 끝나는 6월말 이전에 양대 선사의 자율협약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상선은 선주들에게 용선료 협상이 5월 중순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부결로 보고 법정관리 절차를 받겠다고 통보했으며, 한진해운의 경우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을 만나 자율협약을 신청을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속도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모두 회생절차를 마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두 업체는 노선이 미주 위주로 구성돼 있는 등 서로 겹치는 부분(70% 이상)이 많고 컨테이너선 위주로 이뤄져 있는 등 선종에서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두 선사가 합병해 시너지를 발휘하거나 한 얼라이언스에 동시에 가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의 구조상 G6외 영향력 있는 동맹에 한국 선사가 가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두 업체의 진검승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G6 동맹에 이미 가입돼 있는 상황이고 한진해운이 속했던 CKYHE얼라이언스는 소속사들이 이탈, 새로운 동맹을 구성하면서 얼라이언스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단, 얼라이언스의 가입ㆍ유지에는 회사의 규모, 기존 동맹 해운사와의 관계등 변수가 많아 현재 동맹에 가입돼 있는지 여부만으로 유불리를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정부는 정상화에 성공하는 업체가 있을 경우 12억불 규모의 선박펀드를 이용, 초대형 선박을 요구하는 국제 해운얼라이언스의 기준에 맞춰 선대개편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군데 모두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원할한 물동량 처리대책도 검토ㆍ준비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 위원장이 ‘사즉생’을 강조한 것은 ‘사’보다는 ‘생’에 방점을 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조선ㆍ해운업계의 경우 필사적인 노력으로 살아남기 위해 자구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