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20대 총선이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내 정당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선거구획정부터 공천ㆍ경선ㆍ투표에 이르기까지 국내 선거제도와 운용이 갖는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여론과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꽃이 돼야 할 선거가 이대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19대 대통령선거를 1년 8개월, 21대 총선을 4년 앞둔 지금부터라도 선거제도의 전면 혁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구습의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선거문화와 제도의 혁신을 위한 전문가의 제언을 총 4차례에 걸쳐 싣는다. 첫 회는 경선ㆍ공천시스템 혁신이다.

국내 정당 정치의 적폐는 특히 공천에서 두드러졌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공히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에 바탕한 상향식공천제도를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산됐다. 뒤늦은 선거구획정과 맞물려 상향식공천시스템은 힘 한번 못 쓰고 사실상 계파 이해로 후보자가 가려지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상향식공천시스템’이 만능이 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여론조사에 기반한 국민경선제도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 정당의 전략과 상황에 근거한 ▲공천시스템의 조기 구축과 ▲국민 여론조사보다는 당원 중심의 공천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한국선거학회 부회장)는 “상향식 공천시스템이 만능키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정당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도 상향식 공천의 비율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말이다. 오히려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천 등 하향식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욱 배제대 정치언론학부 교수(한국지방정치학회장)도 ‘공천제도에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상향식공천시스템이 당원 의사의 반영을 전제로 할 때 좋은 제도라고 본다”며 “국내의 경우 상향식이되, 당원이나 당지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보다는 일반 유권자들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돼 있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했다. ‘진성당원’의 부족 등을 이유로 채택한 국민 여론조사 방식 등이 상향식 공천제도의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원ㆍ당지지자들이 아닌 일반 국민여론조사는 대표성에 있어 문제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다가온 대통령선거에서도 경선은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가 아닌 ‘당원 투표(전당대회)+당지지자 투표(오픈 프라이머리)’ 등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말이다.

전 문가들은 또 경선ㆍ공천 제도의 혁신을 위해 ▲국회-학계 공동의 공천제도 연구 및 법제화 ▲시행세칙을 포함한 각 정당의 공천시스템 조기 완비 ▲당내 민주주의의 선행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현우 교수는 “이번 총선이 난맥상을 보인 이유 중의 하나는 선거구획정을 위한 정치개혁특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정당ㆍ계파별로 배분된 데 따른 것”이라며 “정당 간 이해득실에 따라 좌우되지 않도록 조기에 선거구획정기구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각 당의 당헌ㆍ당규상에 있는 선언적 의미의 공천제도가 아닌 시행세칙까지 조기에 마련돼 논란의 여지나 계파이해에 따른 해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각 정당과 학계가 공동으로 공천제도 연구 및 법제화를 위한 기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욱 교수는 “공천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도의 운용 및 우리 정당 구조의 문제”라며 “무엇보다 우리 정당 정치의 체질이 바뀌어 당내 민주주의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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