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재정 악화를 방지하면서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증세 논란이 다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 증세 불가피성을 인정한데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의 원칙과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인식 아래 비과세ㆍ감면의 축소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 추가 세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 재정확충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는 증세를 드러내놓고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했다. 증세를 거론할 경우 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거 때에는 이를 꺼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달랐던 것이다. 그만큼 재정악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고, 그렇다고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복지를 줄일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전 기간 중 “현 정부 임기가 얼마 안남았는데, 세금 신설이나 세율 인상은 어렵다”면서 “새로운 정권이 생길 때 국민을 설득해 증세를 추진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해 증세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한 매체가 20대 총선 당선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설문에 참여한 새누리당 당선자 103명 가운데 64.1%인 66명이 ‘증세가 반드시 필요하거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증세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1.1%(32명)에 불과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이미 증세 없는 복지의 문제점과 증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형 복지를 위해 재정ㆍ복지ㆍ조세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부자감세로 과도하게 낮아진 조세부담률을 적정화해 세입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더민주는 구체적으로 조세부담률 수준을 2014년 17.8% 수준에서 감세 이전 수준(19.6%)까지만 올려도 연간 30조원에 가까운 세입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며 증세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재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세수 증대를 위한 증세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 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8조원으로 2009년 이후 6년만의 최대치를 기록했고 국가채무도 57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악화되는 재정상황과 여야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인식의 변화를 볼 때 기류가 증세로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세 없는 복지’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해온 핵심정책이라는 점에서 이의 향배가 ‘근혜노믹스’의 운명을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