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 번은 실수라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습관이다. 개그맨 장동민의 전적이 화려해졌다. 같은 일이 세 번 반복됐다.

지난 3일 방송된 ’코미디 빅리그‘의 새 코너‘충청도의 힘’에서 장동민의 ‘입’이 화를 불렀다. 한부모가정 자녀를 조롱하는 콩트를 선보인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방송에서 “대한민국 톱개그맨”이라는 소개와 함께 ‘코빅’ 무대에 오른 장동민은 일곱 살 충청도 어린이로 분해 콩트를 이어갔다.

극중 친구가 값비싼 로봇 장난감을 자랑하자 이혼 가정인 점을 언급하며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보다”, “선물을 양쪽에서 받잖여 재테크여, 재테크”라는 대사를 치며 시청자 앞에 섰다. 아동 성추행을 연상케한다는 논란도 일었다. 장동민은 “(‘또봇’ 장난감을 사기 위해) 할머니 앞에서 고추를 까겠다”면서 코너 말미 할머니가 “늙어서는 죽어야지”라고 말하자 장동민은 “기분이라도 풀어드려야지 어쩌겠냐”며 무대 뒷편에서 할머니가 손주의 성기를 만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이 들끓으며 비난 여론이 일었다. ‘사회적 약자’를 개그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더 커진 것은 개그맨 장동민의 전력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4월 장동민은 여성 혐오 발언,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 조롱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과거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수위 높은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냈던 점이 뒤늦게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고, 뒤이어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를 저속한 표현으로 비하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당시 삼풍벡화점 생존자는 장동민을 고소하기도 했다.

장동민에겐 지울 수 없는 ‘잔인한 4월’이었다. 무려 16일간 긴박하게 이어진 막말파문은 ‘무한도전’과 라디오 하차로 이어졌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장동민은 뒤늦게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고작 20분간 진행된 자리에서 그는 사과는 했으나 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몫이 아니라며 TV 출연을 강행했다. 당시 기자회견 이후 장동민은 ‘코미디 빅리그’ 녹화현장으로 달려가 코너를 진행했다.

장동민에게 가장 먼저 면죄부를 준 TV가 ‘약자 조롱’ 논란이 터져나온 ‘코미디 빅리그’였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장동민은 당시 ‘코미디 빅리그’ 무대에서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자를 멍청하다고 그래? 사과해 빨리”라는 대사로 박수를 받았다. “여자는 멍청하다”는 골자의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콩트 안에 가져와 스스로를 조롱하고, 상대를 면박주는 것으로 환호를 받았다. 연출된 모든 상황에서 장동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개그맨의 방식으로 사과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었으나 사실 장동민은 누군가에겐 가해자였다.

이후 그는 ‘더 지니어스’, ‘할매네 로봇’,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 등에 줄줄이 출연했다. 모두 tvN 프로그램이다. 논란에도 자숙없이 방송활동을 하던 중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종영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자신의 방송 강행 이유를 당당하게 밝혔다. 장동민은 “방송을 쉬는 것만이 자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숙한다는 연예인치고 집에 앉아서 반성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다 외국 나가서 여행하고 쉬고 그러지 않나”라며 “방송을 그만두는 것은 제 입장에서 자숙도, 사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뻔뻔한 당당함이었다.

결국 1년 만에 전력까지 들춰지며 장동민은 도마에 올랐다. 대중의 분노와 배신감이 적지 않다.

특히 장동민이 겨냥해 웃음의 소재로 삼는 대상이 늘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 공분이 크다. 사회적 약자는 조롱하고 희화할 대상이 아닌 사회 차원에서 보호해야할 존재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장동민 측은 논란 이후 “작가와 상의한 대본대로 한 것인지, 장동민이 직접 애드리브를 한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먼저 내놓았다. 그 뒤 ”대본대로 연기했다“고 해명했다.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대부분의 개그맨들은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콩트를 꾸미고 제작진과 논의해 무대에 올라간다는 점이다. 물론 장동민의 경우 자신의 아이디어로 콩트를 꾸미는 개그맨이 아닐 수 있다. ‘코미디빅리그’에 출연했던 한 개그맨은 “프로그램엔 코너를 짜는 개그맨이 있고, 일주일에 한두번 나와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개그맨도 있다. 장동민의 경우 워낙에 방송이 많고 바쁘기 때문에 후배들을 도와주기 위해 프로그램에 출연하곤 했다”라며 “그 경우 녹화 전날이나 하루 전에 나와 맞춘 뒤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장동민 측 역시 “대본 대로 한 것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연기자의 잘못이다. 그 어떤 비하 의도도 없었다”고 사과했다.

‘대본’ 대로 했다며 도망갈 곳을 만들었고, 그러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비하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장동민이 간과한 것은 너무나 많다. 다양한 세대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미치는 파장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 코미디언으로서 웃음에도 금기의 영역이 있다는 점, 사회적 약자는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웃음은 상대와의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할 때 가치있다는 점이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대본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장동민 스스로 아무런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 데다 사회인으로서의 공감 능력마저 결여돼있다는 점을 여실이 보여줬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사과에 반성이 따라올리 없다.

세 번의 같은 일을 반복한 현재에도 프로그램과 장동민은 논란을 잠재우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과를 했다지만 그 안에 진심어린 뉘우침은 없다. 변명과 회피만 난무한 사과만 이어지니 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미 세 번 벌어진 일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을리라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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