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헌법1조 2항 언급이어 강봉균 위원장-김종인대표도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설전

4ㆍ13 총선 ‘결전의 날’이 단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헌법’이 여야의 승부를 결정지을 ‘절대반지’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각 당의 후보자 공천 과정이 절차와 명분을 잃고 표류한데다, 경제정책을 이끄는 수장이 여야 진영을 바꾸면서 발발한 정당성 챙기기 싸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헌법의 본질을 벗어난 정치적 수사가 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그리고 무소속을 나눌 것 없이 주요 후보자들은 모두 ‘헌법의 적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헌법전쟁의 선두에 선 것은 공천 파동 이후 새누리당에서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다. 그는 탈당 당시 기자회견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헌법 1조 2항을 언급, 출마의 정당성을 선점했다.

강봉균 위원장
강봉균 위원장

‘새누리당의 대구지역 공천이 민의를 수렴하는 경선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만큼, 무소속으로 출마해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유 의원 주장의 골자다. 그의 논리는 류성걸(대구 동구갑), 권은희(대구 북구갑) 의원 등 다른 친유(親유승민)계 무소속 후보들에게도 힘을 실어줬다. 반면 그와 맞붙은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대구 동구을, 전 행정자치부 장관)는 즉각 반발했다.

정 후보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헌법 1조의 국민주권 주의는 주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라며 “유권자가 의원을 만드는 정상적 과정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맞불을 놨다.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오히려 민의를 어지럽혔다는 이야기다. 그는 “정부의 개혁 추진에 대구 현역들이 무엇을 했느냐”며 “이는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투표한 대구민심을 배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봉균 위원장
강봉균 위원장

유 의원과 정 후보의 ‘설전’이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이라면,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과 김종인 대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논쟁은 여야의 이념과 정책의 명운을 건 승부처다. 헌법 119조의 1항과 2항이 쟁점이 됐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1항)’를 우선시 할 것이냐,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과 규제(2항)’를 더 중시해야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김 대표가 말한) 2항은 ‘각 주체 간 균형과 조화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다’는 보완적 내용으로, 본말을 전도한 포퓰리즘”이라 주장했고, 김 대표는 “(법전에 뚜렷히 명시된) 헌법적 가치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했다. 같은 헌법 조항에 명시된 서로 다른 성격의 부수항 중 무엇을 우선 적용해야 하느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쟁은 헌법의 규범적 해석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수사의 싸움으로 보인다”며 “두 조항의 중간지점을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고, 현시대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인데, 이념적ㆍ정치적인 주장이 전면에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