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신동빈의 경영권 찬탈 과정의 일부” - 호텔롯데 “신동주, 이사로서 충실의무 위반” - 재판부 “신동주 문제행위 특정해줘야” 지적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당 해임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재판이 오늘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 함종식) 심리로 열린 이날 첫 변론기일에서 양측은 직접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이 정당했는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측의 설명이 불충분해 현 상태로는 심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앞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지난해 9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 전 부회장을 등기 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킨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에 항의하며 곧바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날 신 전 부회장 측은 “이사로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오히려 신동빈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해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반면, 호텔롯데 측은 “이 사건은 신 전 부회장이 성실히 일하다가 영문도 모르게 해임된 사건이 아니다”며 “신 전 부회장은 이사로서 그룹 의사결정과 업무에 참여하지 않아 충실의무를 위반했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롯데그룹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이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를 임직원들로부터 상실했기 때문에 주총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신 전 부회장이 2014년 12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경위를 놓고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과 츠쿠다 사장이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몄다”며 “츠쿠다 사장의 허위보고로 착오에 빠진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츠쿠다 사장이 ‘신 전 부회장이 규정을 위반해 신규사업을 추진했다가 손해를 봤다’고 신 총괄회장에게 허위보고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호텔롯데 측은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의 총무무 법무담당자의 진술서를 제시하며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에서 비위행위를 저지르고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해임됐다”고 맞섰다. 승인을 얻지 않고 투자를 해 10억엔의 손실을 본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5명이 서울에 있는 신 총괄회장을 찾아가 해임을 건의하고 해임 확인서를 직접 받았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이날 1시간에 가까운 공방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정작 현 상태로는 심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이 정당한 지 여부인데 오늘 재판에서 이 점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신 전 부회장의 어떤 행위가 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했나”라며 호텔롯데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즉,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이 언제 어디서 어떤 행위를 소홀히 했는지를 특정해줘야 재판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호텔롯데 측이 제시한 신 전 부회장의 위반행위가 추상적 용어로 설명돼 심리가 어렵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신 전 부회장 측도 향후 재판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이 이사로 재직하면서 한 업무내용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업무 불성실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측 모두 재판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것보다 충분히 심리해줄 것을 원한다고 밝혀 재판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5월 23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