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의도적일까, 스텝이 꼬인 것일까. 인생살이 자체가 ‘모순’의 연속이라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는 일반인들이 감당키 어려울 정도의 역설이 차고 넘친다. 그리고 노련한 정치인들은 상대를 향한 비난과 칭찬을 그 속에 교묘히 섞어 자신만의 ‘레시피(조리법)’을 만들고, 선거판을 요리한다.
3일 부산지역 후보들의 지원유세에 나선 김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이날 친박(親박근혜), 비박(非박근혜)을 가리지 않고 모든 후보를 추켜세우기 바빴다. 그러나 기자들의 시선을 끈 단어는 정작 그 칭찬의 뒤에 그림자처럼 존재했다.
“저는 4년 전에 공천을 못 받았습니다. 당시 조동원 홍보본부장이 손수조 후보와 (홍보영상 같은 것을) 찍자고 해 야구장으로 갔는데, (손 후보가 입고 있던) 유세점퍼가 부럽더라고. 그래서 ‘그 점퍼 누가 주드노?’ 물었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 당 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당 공천의 병리적 현상입니다” 진박(진실한 친박)키드(Kid)의 승리를 기원하는 자리에서 4년 전 ‘공천학살’을 그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정치인의, 그것도 주요 대권주자로 평가받는 집권여당 대표가 아무런 계산 없이 입을 열 리는 없을 터다. 그렇다면 그것은 오히려 고도의 계산의 발언이다. ‘그럼에도’ 당을 위해 헌신한 자신을 부각하는 ‘한 수’다.
김 대표는 이 외에도 박민식 후보(북강서갑)의 지원유세 현장에서는 “문 전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부산을 발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정치적 발판으로만 이용했다. 중앙정치를 잘못해 분당을 시켜놓고는 본인이 비판을 받지 않고자 김 영감님(김종인 대표)를 모셔 뒤로 숨었다. 정치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이번 선거가 끝나면 새누리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저의) 말씀을 들으셨느냐. 저처럼 잘못을 하면 책임지는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자화자찬을 이끌어내는 ‘물꼬’가 됐다.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기보다는 전국에 지원유세를 돌아야 하는 입장에서, 또 ‘국민공천’을 주장한 비박계 수장의 처지에서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우회적’으로 한 셈이다.
아, 그래서 정치는 다시 ‘모순’의 연속이다. 김 대표가 부산에서 남긴 오늘의 결정적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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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일러스트=박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