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지 마라”
4.13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선거법에 우려해 준비됐던 행사와 회의가 잇달아 연기하고 있다.
매년 3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철새 갈매기를 떠나 보내는 작은 행사가 열린다.
가을에 광안리에 와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3월 베링해ㆍ캄차카반도ㆍ중앙아시아 등으로 떠나는 갈매기를 배웅하는 자리다.
시민단체 ‘갈매기 친구들’이 주관하는 갈매기 환송제는 비록 규모가 작긴 해도 작년까지 20년째 이어져 왔다.
그런데 올해는 행사가 4월 13일 총선 이후로 무기한 연기됐다.
부산 수영구는 지역문화 보조사업인 이 행사에 예산 일부를 지원해 왔는데,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과 협의, 행사를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괜한 오해를 받을까 각종 행사를 총선 이후로 미루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지역 선관위는 “이런 행사는 선거법에 걸리나”, “00설명회를 하려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괜찮은거냐”는 등 지자체의 잇단 문의에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 땀을 흘리고 있다.
대전 유성구는 4월 5일부터 열흘 정도 여성단체협의회·관광진흥협의회 등 동별직능단체 모임을 하려 했지만 총선 이후로 모두 미뤘다.
부산 서구도 매년 3월 둘째 주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서구미래아카데미’를 총선 다음날인 4월 14일로 연기했다.
부산 강서구는 최근 인구 10만 명 돌파를 기념해 10만 명째 전입자나 출생자에게 기념품을 주는 행사를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1월에 하던 시ㆍ군 연두순방을 아예 4월 이후로 미뤘다.
시ㆍ군을 돌며 도정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도지사 본연의 업무가 자칫 정치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보고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순방 일정을 3개월이나미뤘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3월에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 출장을 떠나기에 앞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저촉 여부를 문의했다. 그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고서야 출장 길에 올랐다.
행사뿐 아니라 ‘정책 결정’이 미뤄진 경우도 적지 않다.
경북도는 도청이 이전한 신도시 명칭 확정을 총선 뒤로 미뤘다.
총선을 앞두고 신도시 명칭 논의를 진행하면 지역 간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지역후보까지 논쟁에 가세하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남구와 동구의 이름을 교체하는 작업을 총선 이후에 본격화할 방침이다.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이름으로 구(區) 이름을 바꾸는 작업이 총선 정국에선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지자체의 결정이 때로는 각종 사업의 정상추진을 위축시키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포천시는 3월 14일 ‘K-디자인 빌리지 사업 연구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선거법 저촉 우려가 있다며 행사를 불과 사흘 앞두고 연기 결정을 내렸다.
디자인빌리지 예정 부지인 마을 주민들은 포럼에서 사업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행사가 갑자기 연기되자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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