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TV가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공영성’을 강조하다 ‘계도성’에 치우쳤던 TV 강연 프로그램이 ‘일방통행’을 멈췄다. 강연 프로그램이 호황을 이루던 시절이 있었다. 도올은 지상파 TV 강연 프로그햄의 단골손님이었고, 스타강사 이미경은 TV 강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최근 4년간 TV에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스타강사 1인에 기댄 강연 프로그램이 무려 10여편이나 방송됐다. 프로그램 초창기 시절 시청자 역시 그들에게 ‘응답’했다. 지식과 정보 습득을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에 적합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KBS2 ‘이야기쇼 두드림’(2012), 온스타일 ‘10인의 멘토링 소나기(2012), tvN ’스타특강쇼‘(2013), tvN ’김미경쇼‘(tvN), MBC 에브리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강의(2013), SBS 시즌제 강연 ‘아이러브 인’(2013), 강연100도씨(2015), 창조클럽199‘(2014)가 있었다. 현재에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CBS)‘, ’명견만리(KBS1), ‘차이나는 도올(JTBC)’이 방송 중이다.

강연 프로그램이 홍수 상태에 접어들자 차별점 역시 사라졌다. 얼굴만 달리 세운 뒤 ‘힐링캠프’ 식의 위로와 ‘꿈을 가지세요’ 식의 설교가 주를 이뤘다.

현재 방송 중인 ‘명견만리’나 ‘차이나는 도올’은 진화한 형식의 강연 프로그램으로 볼 만하다. 기존의 포맷을 완전히 뒤집었다. 강연자 역시 열린 사고로 일방통행을 멈췄다.

정보 과부하 시대에 접어들자 시청자가 TV에 원하는 ‘요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방송도 일방적으로 던지는 걸 보길 원하지 않는다”(명견만리 정현모 팀장)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명견만리’는 다큐멘터리와 강연쇼를 버무리며 ‘렉처멘터리’라는 변형된 포맷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명견만리’ 정현모 팀장은 “아젠다성 다큐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해보자는 문제의식으로 만든 포맷”이라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취재한 다큐멘터리를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출연자와 함께 취재해 일종의 프리젠테이션을한다. 대화 방식으로 풀어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명견만리’다. 영상을 통해 설명이 더해지자 시청자들은 좀 더 쉽게 다양한 이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보고 듣고 공감하는 쇼다.

‘렉처멘터리’라는 포맷의 창조에 그친다면 이전과는 다를 바 없는 강연쇼다. 프로그램엔 그러나 ‘미래참여단’이라고 부르는 ‘자발적 청춘단’이 함께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참여 욕구, 발언의 욕구”(정현모 팀장)을 건드리니 프로그램 초반 3~400명으로 시작한 ‘미래참여단’은 어느새 1만 명으로 늘었다.

‘차이나는 도올’은 오랜만에 돌아온 스타 학자 도올 김용옥을 주인공을 세운 12부작 강연쇼다. 도올 김용옥의 시각으로 바라본 중국 역사의 뒷이야기가전해진다. 연사는 익숙한 얼굴인데, 도올도 담는 그릇도 달라졌다.

10명의 제자들과 함께 하는 소수정예 밀착 수업이다. 일방통행에서 벗어났다. 과거 1대 다수의 방식에서 ‘전달’을 목표로 강의를 했다면, 이젠 소수정예를 놓고 진행하며 ‘소통’을 우선한다. 도올의 강연 중 연예인 패널 9명과 일반인 시청자 1명은 쉴새없이 질문을 던지고 강의를 끊는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쌍방향 소통’에 지향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 소수 엘리트 계층이 독점한 이슈들을 일반인의 언어로 풀어내며 올바른 공론의 장”(명견만리 정현모 팀장)을 형성하고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도 강연 프로그램의 새로운 씨앗이 되길 바라는”(이민수 PD) 마음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TV 강연은 무엇보다 가르치는 느낌을 전달해선 안 된다.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전하고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어야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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