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ㆍ장필수 기자]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당을 뿌리까지 흔들어 놓았던 ‘김종인 사퇴정국”이 끝이 났다. 비례대표 순번지정에서 촉발돼 당내 패권 문제까지 비화됐던 싸움은 사퇴 카드를 던지며 벼랑끝으로 달려간 김 대표의 완승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대위의 비례대표 순번지정이 발단이었다. 비대위는 지난 20일 김 대표를 비례대표 2번으로 정하고, 비례대표를 A (1~10번), B(22~20번), C(21번 이후) 그룹으로 나눠 투표하도록 하는 안을 중앙위에 올렸다. 중앙위는 칸막이 투표방식에 크게 반발했고 파행을 겪은 중앙위는 다음날로 연기됐다. 칸막이 투표방식은 비대위가 만들었으며 김 대표는 관여하지 않았다.

불똥은 다른데로 튀었다. 김 대표의 비례 순번 2번을 두고 노욕을 드러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이해찬, 정청래 의원 등 친노ㆍ운동권 핵심인사 공천 배제에 따른 친노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김광진 의원은 비례대표 2번을 문제 삼았고, 정청래 의원역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격한 표현으로 이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자신이 비례 2번을 받은것이 ‘노욕’으로 비춰지자 김 대표는 폭발했다. 21일 당무를 거부하며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머문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나를 욕심많은 노인네처럼 만든건 인격 모독”이라며 “당을 살려놨더니 이제는 자기들 마음대로 하려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대표는 새누리당에 있던 지난 19대 총선때도 비례대표 순번지정을 놓고 지도부와 부딪힌 경험이 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은 23일 오전 tbs FM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김 대표 비례대표 순번 문제에 대해서 “(김 대표가) 말번 전략을 쓰는 것보다 안정권에 배치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지난 19대 총선 때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몇 번을 해야 되냐는 격론에서 김 대표는 11번인 안정권에 배치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건 22일 오후 부터였다. 김 대표의 측근을 통해 사퇴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일부 매체는 김 대표가 사퇴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참석키로 했던 11시 예정의 비대위는 오후 3시로 연기됐다.

창원에 머물던 문재인 대표가 예고 없이 서울로 향하며, 김종인 대표의 사퇴설은 힘을 얻어갔다. 김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은 문재인 전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와 회동한 뒤 화룡점정 해달라며 사퇴를 만류했다고 했다.

22일 밤에는 박영선, 표창원, 김병관, 우윤근 비대위원들이 집을 찾아 비대위 사의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당무거부를 한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그런 일(비대위가 만든 비례대표 명단이 중앙위에서 거부당한 일)이 벌어질 것을 내가 그 전에 경고를 했다. 이걸 갖고 중앙위에 순위해달라고 가면 난장판 벌어질 거다 그랬는데, 그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더라고”라며 “그런데 그 상황이 그대로 벌어진 거야. 그러면 당신네들이 그럼 알아서 하라고 이야기를 한 거야”라고 말한다.

이틀동안 급박하게 돌아갔던 사퇴정국은 23일 오후 김 대표의 잔류선언으로 끝이 났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힘을 다해서 이 당에 기본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 정상화 최대 노력 하기로 결심을 하고 일단 이 당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벼랑 끝으로 달려가 사퇴라는 카드를 내보인 김 대표는 친노와 비대위 지도부 모두 무릎꿇리면서 이틀 동안의 사퇴 정국은 김종인의 완승으로 끝난 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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