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판매원, 승무원 등 고객의 ‘갑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감정노동자가 고객 등의 폭언·폭력으로 우울병이 생길 경우 이달말부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관련기사 9·27면 고용노동부는 15일 이같은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통과후 대통령 재가를 받고 법제처에서 행정자치부에 의뢰해 공포하기까지 10일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개정안은 이달말부터 시행된다.
고객응대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하는 감정노동자의 정신질병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나 그간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만 규정돼 있고 스트레스나 우울증과 업무 간 연관성을 증명하기가 쉽지않아 산재 인정이 어려웠다.
실제 고용부가 조사한 ‘정신질병 산재 신청·승인 현황’을 보면 국내 감정노동자 중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산재가 승인된 비율은 2008년 34.8%에서 지난해 38.2%까지 30%대에 그쳤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국 감정노동자 수는 약 700만명으로 집계되는데 전체 산업재해자의 35% 정도(2012년 기준)가 감정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전체 질환자의 절반 가까이(47%)가 감정노동자들이고, 감정노동자의 35.6%가 업무상 질병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적응장애 및 우울병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추가돼 그간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텔레마케터, 판매원, 승무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 등의 폭언과 폭력 등에 의해 정신적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 우울병이 발생하게 되었다면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서 신청하고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고객의 폭언이나, 폭력 등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나 스트레스는 업무상 당연히 견뎌야 한다는 인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감정노동자들의 정신질병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적어 산재 인정비율이 낮았고, 보험혜택을 받기 어렵다보니 근로자들의 신청도 적었다”며 “이번에 적응장애, 우울병 등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추가되면서 산재 신청 및 승인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출모집인, 카드모집인, 전속 대리운전기사 등 3개 직종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포함돼 7월1일부터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대상자는 대출모집인 및 신용카드모집인 5만여 명, 대리운전기사는 6만여명 등 11만여명에 이른다. 보험료는 대출모집인이 1만원, 신용카드모집인은 7000원, 전속 대리운전기사는 1만7000원으로 예상된다. 또 복수의 사업장에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상시 재해 사업장 외 다른 사업장의 임금도 합산해서 산재보상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산정하도록 개선된다.
김대우ㆍ원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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