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은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흥미진진한 대결을 넘어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한국사회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스텍 국내 이공계를 대표하는 5개 대학 연구부총장은 대학 연구에 대한 정부의 계량적 평가 잣대로는 우리나라의 미래발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젊은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할수 있는 환경과 이를 분야별 전문가들이 ‘정성(定性)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계량적 잣대로 대학의 연구 논문 수가 크게 늘었지만 창의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학계의 지적이다. 수십년간 고정돼 있는 틀에선 창의적 인재도,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올 수 없다는 의미다.
사람을 평가할 때 단순히 키와 몸무게 등 계량화하기 쉬운 것으로만 보지 않고 대화와 행동을 통해 심리적 상태까지 봐야 알 수 있듯이 대학의 연구도 새로운 틀과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 인재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나 평가기관이 기존 지원방식과 다른 새로운 지원틀을 구현해야 한다. 가령 ‘블록 펀딩(Block Funding)’을 통해 능력 있는 연구자의 ‘안정적인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그 방법일 것이다. 나이와 학벌, 연구 경력 등 단순한 계량적 잣대는 더이상 창의적 인재를 키워낼 수 없다.
평가를 위한 연구도 용인돼선 안된다. 기초과학 전문가들은 “과학 그 자체를 일종의 문화 예술로 봐야 한다. ‘일정 부분 투자가 당연하다’는 인식을 기저로 기초연구에 대한 철학이 완전히 바뀌어야 미래 먹거리인 ‘새로운 개념’을 발견,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면 세상은 바뀐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의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남다른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연구이며, 이는 기존 연구성과를 딛고 선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gre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