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보리장나무’가 조선시대 제주 지역에서 설사 치료제로 쓰였다는 점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조선시대 각종 문헌에 등장하는 생물 이름과 활용법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정종우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 조선시대 문헌에 수록된 우리 생물의 옛 이름과 생물 활용법을 요약한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 4권을 펴냈다고 2일 밝혔다.

이 책은 15∼19세기 발간된 고사십이집ㆍ농사직설(농서), 구급간이방ㆍ향약집성방(의서), 삼재도회ㆍ광재물보(백과사전류) 등 옛 문헌 94종에 등장하는 우리 생물의 옛 이름과 용도를 정리한 것이다. 예컨데 이형상(1653∼1733)이 제주목사로 재임할 때 지은 ‘남환박물’에는 설사 치료에 쓰였다는 ‘보리실(菩提實)’이 나오는데, 자원관은 보리실 모양과 결실 시기, 지리적분포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보리장나무’라고 추정했다. 제주에서 보리장나무 열매는 간식거리로 쓰이는데 조선시대 설사 치료제로 쓰였던 전통 지식이 단절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자원관의 설명이다.

‘영릉향(零陵香)’은 기침, 치통 등을 치료하는 약용식물로 세종실록지리지(1452∼1454년),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탐라지(1653년), 남환박물(1704년) 등에 조선시대 제주지역 특산물로 기록돼 있다. 영릉향은 현재 한의학에서 중국 원산의 앵초과 참좁쌀풀속 식물인 리시마치아(Lysimachia foenum-graecum Hange)로 보고 있다. 반면 자원관은 옛 문헌 속에서 언급된 영릉향이 중국에서 들여와 제주에서 재배한 식물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섬까치수염’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옥수수, 벼, 김은 각각 옥촉촉, 도자, 태 등으로 불렸다.

오경희 자원관 유용생물활용과장은 “우리나라 옛 문헌에 나타난 생물의 이용에 관한 전통지식은 생물주권의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무한한 활용 가치를 재조명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은 자원관 누리집(www.nbir.go.kr) 생물다양성 이북(E-book)에서 볼 수 있다.